그리고 쓰고 새긴 듯한, 검은 그림 - <김정환 전> 2016.09.07
김정환의 그림은 검정색의 물질이 점유하고 있는 부분과 나머지 부분, 이른바 여백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종이위에 칠해진 영역과 칠해지지 않고 의도적으로, 우연적으로 불가피하게 남겨진 영역으로 형성된 이 미니멀한 화면은 주어진 사각형의 평면을 다양하게 절개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
예술과 인간, 사회의 상호 작용 관찰 보고서 <2016 광주 비엔날레> 2016.09.07
0.2016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가 ‘제8기후대’라고 들었다.주최측은 ‘제8기후대(The 8th Climate)’를 “12세기 페르시아 철학자에 의해 착안되고,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앙리 코르뱅 (Henri Corbin)에 의해 체계를 갖춘 용어로 상상의 세계(imaginal world)’라는 개념 미래...
14세기의 어느날, 1975년 8월의 그날 -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展 2016.08.23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을 바라보는 것, 기억의 현장에서 그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유물이라 하더라도 인식과 감상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유물에만 초점을 두었을 때는 유물의 용도와 형태, 형식, 당시의 경향 등 유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미학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날, 유물이...
봉인돼온 가까운 과거의 그림들 - 근대 회화의 거장들 2016.08.23
역사는 해석이라고 한다. 사실이든 사건이든 지나간 과거를 지금 새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현재식 설명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옛 그림도 해당된다. 과거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문화적 실재라는 점에서 옛 그림도 받아들이는 과정에 해석이 필요하다.이한복 이상범 노수현 최우석 이용우 김태석 합작 &...
고된 역사 속의 화려함 -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 2016.08.15
아프가니스탄의 귀한 유물들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초대되었다. 3년 전 이슬람의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으로 방문했을 때도 한국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화려함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충분히 기대를 만족시켜주는 전시물이 그득하다. 유물들을 보러 가기 전에 머리 속에 유적...
수원박물관의 「근대서예와 사군자」 전시 유감 2016.08.10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삶의 편리함이 정신을 지배하는 듯 보여도, 과학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오래 동안 축적된 문화의 힘이다. 특히 예술적 성취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특별한 영역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음을 부러워하고, 좋은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훌륭한 전...
아주 공적인 장소에 놓인 아주 사적인 취향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展 2016.08.0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사진전 중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전시와 관련된 이의 제기가 많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기억될만한 전시였다.서울관 1층과 지하1층에 걸쳐 600평이 넘는 면적에 53명의 작가가 200점 넘...
도시계획과 개발독재의 합창을 위한 전주곡: 불도저 시장의 1960년대 후반 서울 ... 2016.07.19
수도 서울의 도시사를 주제로 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열어 온 서울역사박물관이 이번에는 전임 서울시장 가운데 한 사람을 선정해서 전시회를 꾸몄다. 앞선 전시에서 서울의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그 역사적 변천상을 구명하는 작업과 전시를 통해 물리적 실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온 반면, 이번에는 시장직을 역임한...
바라보기를 통해 마주한 기억의 형상-이순영 展 2016.07.12
기억은 순간의 장면, 또는 스토리가 존재한다. 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와 함께 영화의 컷처럼 맞물리거나 스틸컷과 같이 굳어진다. 일상에서 겪어나가는 많은 일들은 의미와 함께 추출되어 오랫동안 뇌리에 꽂히는 기억으로 재탄생된다. 그것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일 수도, 특별함일 수도 있다. ...
文字圖 속 문자도 엄연한 書의 세계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문자도·책거리> 2016.07.05
<문자도-충, 신>(8폭 부분) 18세기 종이에 채색 각 72.0x43.0cm 개인 한쪽 끝은 추사 김정희이다. 추사는 말할 것도 없이 당대 최고 석학에 최고 서예가였다. 그의 글씨는 사대부라면 누구나 글자 하나 적힌 종이쪽지라도 서로 갖겠다고 다퉜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추사체...
자기 삶 속의 만화경 - <김원 전> 2016.07.05
자신의 삶에서 유래한 모든 고민을 시각적으로 해명하는 이가 화가일 수 있다. 그림의 주제가 반드시 그것에만 국한될 필요야 없겠지만 구체적인 사회적 삶 속에서 살아가는 화가 또한 일상을 살면서 겪어나가는 일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기에 작품의 주제를 자연스레 그 매일 같이 치러내는, 실감나...
‘구글 사옥’을 꿈꾸는 아시아 도시들을 향한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 세상을 변... 2016.06.22
‘2010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일명 ‘씨앗 대성당’)으로 국제 건축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우리시대의 다빈치로까지 불려진다. 건축가로서 또한 만능 디자이너로서 수식되며 아시아지역 5개 도시에서 순회전 “New British Inventors: Insi...
문명화된 자연, 탈자연화 된 자연-박상미展 2016.06.22
박상미는 일상 속에 자리한 화분, 식물에 주목했다. 꽃집이나 실내 공간, 복도나 담벼락에 놓인 다기한 화분들은 녹색의 잎과 다채로운 색상의 꽃들을 품고 있다. 어느 날 그것들이 눈에 띄었고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그러니까 여기저기 흩어진 시시한 화분들과 익숙한 식물들이 총체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며 자신...
최초, 최대 규모의 금속활자 전시 <활자의 나라, 조선> 2016.06.21
활자(活字). 영어로 Movable Type이라고 되어 있다. 한 가지의 글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판 인쇄를 벗어나 활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폭발적으로 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수시로 책을 찍어냈던 조선시대에는 활자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의 활자는...
무한성에의 투항 - 고현주 전 2016.06.15
고현주는 웅장하고 광막한,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자연(제주도) 풍경 안에 자리한 사람을 찍었다. 횡으로 펼쳐진 화면은 전적으로 자연의 위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사진의 표면을 훑어나가는 시선에 문득 사람의 모습이 ‘겨우’ 걸려든다. 흡사 인물산수와의 점경인물처럼 박힌 그 인물은 직립한 작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