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최초, 최대 규모의 금속활자 전시 <활자의 나라, 조선>
  • 4840      

전시명 : 활자의 나라, 조선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고려3실
기 간 : 2016년 6월 21일~9월 11일

활자(活字). 영어로 Movable Type이라고 되어 있다. 한 가지의 글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판 인쇄를 벗어나 활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폭발적으로 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수시로 책을 찍어냈던 조선시대에는 활자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의 활자는 팔십만 개가 넘어간다고 한다. 그 중 금속활자는 50만개 이상인데, 이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역사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최대 규모를 남겼다고 할 만하다(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활자를 보관하는 기관이라고). 이 전시에서는 이 중 10퍼센트인 오만 오천 개의 활자를 전시실 한 가운데에 펼쳐놓아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도록 했다. 


오만오천개의 활자들


조선시대의 활자와 그를 이용하여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반인이 볼 때 궁금해 할 만한 질문에 대해 전시는 최대한 소상히 설명을 해 준다.

조선시대에 활자는 몇 차례,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는가?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인 계미자와 세종의 명으로 다시 만들어진 경자자를 거쳐 조선을 대표하는 활자라고 할 만한 갑인자가 만들어진다. 이 또한 세종의 명으로 1434년 갑인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최초의 갑인자는 20여만 자였고, 활자의 모양이 반듯해서 조판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갑인자와 을해자가 조선 전기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갑인자는 똑같은 모양의 활자로 여섯 번 더 만들어진다. 최초의 갑인자는 녹여서 써 버려 남아있지 않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갑인자는 정조가 세손 시절에(영조28년) 대소로 15만자를 만든 후에 정조 즉위 직후 15만자를 똑같이 더 만들었다고 한다. 각각 임진자와 정유자라고 부른다. 


임진자


똑같은 글씨체의 활자는 어떻게 다시 만드는가?
일반적으로 금속활자를 만드는 과정처럼, 처음 찍은 책의 글자를 오려 나무조각에 뒤집어 붙여 새겨서 금속활자의 모자(母字)를 만들고 진흙에 붙였다가 떼어 구리액을 부어 굳혀 만들게 된다.  
 
활자를 이용해서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떠했는가?
전시에서는 활자를 조판한 상태로 복원 구성하여, 실제 그 활자로 찍어냈던 책과 나란히 놓아 비교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활자의 사용 예를 남아 있는 활자와 인쇄본으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몇 몇 빠진 글자도 눈에 띄었다. 과거에 책을 만들었던 기술자들이 어떤 정성으로 이를 행했을지 절로 상상이 된다. 정조는 책을 찍을 때 어떤 활자를 사용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결정했으며 교정 교열도 봤다고 한다.  


한 세트에 같은 글자를 몇 개씩 만들었을까?
갈지자(之) 같이 많이 쓰이는 한자의 경우 몇 백 개씩 만들었지만, 자전에도 안 나올 정도로 흔하게 쓰이는 글자들은 한 두 개만 만들었다고 한다. 어떤 글자를 몇 개 만들어야할 지에 대하여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경험을 살려 결정했을 것이다. 

어떤 원칙으로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였을까?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나라의 보물이었을 테니, 그 보관과 관리를 철저히 했을 것이다. 주자소 책 활자 등을 점검하고 남긴 기록인 『판당고』(1814)에 따르면 “생생자와 정리자는 이번 인쇄작업이 끝난 후 그 수를 헤아려 이전과 같이 일곱 장欌에 나누어 보관하며, 도록을 만들어 책임자의 이름을 써 넣고 숫자가 부족하면 책임을 지도록 했고, 도록과 열쇠는 본각에 봉쇄해두도록 했다”라고 되어 있다. 기록에 따르면 각 활자의 수량이 목록화되어 있어서 활자마다 책임자를 두어 관리를 하고, 활자를 보관하는 가구는 열쇠로 잠가서 관리했던 것이다. 전시장 가장자리 벽면에 장과 서랍궤를 볼 수 있도록 전시하여 눈길을 끈다. 


정리자장에 기록된 소목장 이름


문제는 이 활자 보관의 원칙이 부수나 획수 순이 아니라는 데 있다. 물론 가나다순도 아니고, 정확하게 많이 사용되는 순서도 아니며, 궤에 표시되어 있는 표기조차 아직 다 해석되지 못한 듯하다. 조판하던 분들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하여 원칙을 정하고 그 순서대로 보관하고 표기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될 여지가 많다.  


1858년 제작한 정리자장


정리자장 서랍(활자격납)



정리자장 서랍 뒷면의 제작 연대 기록


정리자 보관방식을 알려주는 서랍


왜 조선은 활자를 많이 만들었는지, 한글 활자는 어떤 모양인지, 민간에서 만든 활자는 없는지, 금속은 구리만 썼는지, 조선시대 나무나 도자기 활자는 없었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을 가득 안고 전시를 본다면 보다 흥미로운 관람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글목활자(국립박물관)


이밖에 박물관 소장 활자의 의미와 활자장 조사, 복원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물도 마련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활자를 활용한 사자성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3D 프린트로 출력한 활자 복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서책에 대한 전문가, 현대 서체 개발자, 서예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 각자의 흥미대로 조선의 활자와 책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겠다.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1 13:00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