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ZOOM IN] 불경 내용을 담은 풍속화 같은 그림 2023.03.29
우산을 쓴 사람, 맹수와 독사에 쫓기는 모습, 도적에게 화를 당하는 모습, 목에 칼을 찬 모습,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 화마에 휩싸인 가옥, 배를 젓는 모습.... 일상 생활의 모습이 스케치된 이 그림은 고려시대 의 한 구석에 그려진 『법화경』 「관음보살보문품」에 등장하는 재난구제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ART ZOOM IN] 야외 풍류 장면을 그린 초상화 2023.02.22
높은 자리에 올랐던 양반 실존 인물을 그린 것이니 초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야외를 배경으로 풍속화처럼 그려진 이례적인 그림이다. 조선 후기의 화원 화가였던 김희겸(또는 김희성, 1710~1763 이후)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유명한 그림.주인공은 조선시대 무신이었던 석천 전일상(1705-1751). 그...
[ART ZOOM IN] 옹방강의 아들이 조선 부사에게 그려준 부채 그림 2023.02.08
멀리 중앙 오른쪽에 탑이 자그마하게 보이고, 좌우로 언덕과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전경에 세 그루의 나무 아래로 소박한 누각 안에 인물이 담담하게 물을 내려다본다. 조선 그림인 듯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추사 김정희와의 인연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청나라 옹방강(翁方綱)의 아들 옹수곤(翁樹崑, 1786~...
[ART ZOOM IN] 계묘년 특집 - 청자 향로를 받치고 있는 토끼 2022.12.28
2023년 계묘년(癸卯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청자실 안에서 토끼를 찾았다. 국보 287호로 교과서에 실려 있던 유명한 청자 향로인데 그 아래를 세 마리의 토끼가 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에서 굽다리 역할을 하는 토끼가 너무 귀여워서 ...
[ART ZOOM IN] 눈 쌓인 겨울, 밖에서 고기 구워먹던 난로회 2022.12.13
흰 눈이 쌓인 소나무 아래, 두 명의 여인네와 함께 다섯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다. 모두 젓가락을 들고 화롯불 위의 고기를 집어 먹는 장면이다. 방한용 덮개를 쓰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을 보니 추운 날씨가 맞는 듯한데, 추위도 이들이 밖에서 술안주로 고기를 구워 먹는 즐거운 모임을 막을 수는 없었나보다....
[ART ZOOM IN] 입시에는 역시 게 그림 2022.11.16
수능 날 쌀쌀하긴 해도 아주 춥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덜 추워야 덜 떨릴 듯. 누구나 좋은 성적을 얻으라는 말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이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게 그림을 올려본다.지역 시험에서 합격한 사람에게 중앙 전시(殿試)에 응시할 자격을 주는 일차 선발을 “발해...
[ART ZOOM IN] 고통에서 우리를 구원해주시길 - 지장보살의 보주 2022.10.26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방하다가 죽자 지옥으로 갔으리라 생각하고 진심으로 공양하고나서 지옥 여행을 떠났다. 지옥에서 어머니를 찾아다니다가 어머니가 자신의 공양으로 다른 죄인들과 함께 천상에 막 올라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집으로 돌아왔고, 이후 ...
[ART ZOOM IN] 풍만한 물고기의 얼굴 2022.10.12
우리나라 쪽 물고기 그림의 꼭대기에는 공민왕이 그린 잉어에 대한 찬문 기록이 있다. 물론 그림은 남아 있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출세의 쏘가리(궐어鱖魚)나 등용문 고사를 업은 잉어, 과거 합격을 기원하는 게를 그리는 어해도(魚蟹圖) 장르 개념이 고려시대만 해도 없었다는 얘기다. 물고기 어(魚)자가 남...
[ART ZOOM IN] 등지고 돌아선 두 마리의 새 2022.09.07
모란의 잎이 가득한 배경. 이름 모를 두 마리의 새가 위 아래 방향을 보며 거꾸로, 그리고 등지고 앉아 있다. 두 마리 새는 테두리와 목 아래 털과 몸통의 깃털까지 같은 두께, 비슷한 간격의 선 만으로 표현한 것이라 뼈마디가 그려진 것은 아닌데도 뭔가 골기와 해학미가 느껴지게 만든다. 이 모든 문양은 백...
[ART ZOOM IN] 글자 속에 그려진 허유와 소보 2022.08.30
물가 바위에 앉아 귀를 씻는 허유. 소를 몰고 상류로 올라가는 소보.잘 안 보이지만 위쪽 붉은 동그라미 안에 그려진 글씨는‘소허세이기우(巢許洗耳騎牛)’. 소허가 귀를 씻고 소를 끌고 간다는 뜻이다.소허청절(巢許淸節)의 고사라고도 하는데 소보巢父와 허유許由 두 사람의 맑은 정절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서진(...
[ART ZOOM IN] 오징어게임이 아닙니다 <마루산카쿠시카쿠(○△□)> 2021.09.29
제목: 마루산카쿠시카쿠(○△□)작자: 센가이 기본(仙厓義梵 1750-1837)재질 및 크기: 지본 묵화 28.4x48.1cm 소장처: 도쿄 이데미츠(出光) 미술관앗! 어디서 봤더라.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도쿄 황궁이 내려다보이는 히비야(日比谷) 거리의 이데미츠(出光) 미술관에 동그라미, 삼각형, ...
[ART ZOOM IN] 연경 사신의 눈을 홀린 중국 도자기 2021.05.03
조선 책가도의 한 장면이다. 잘 정리된 책감 옆에 도자기들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오른쪽 그림에서 표면에 굵은 금이 간 것처럼 보이는 화병은 북송 '가요(哥窯)' 자기를 18세기 들어 재현한 것이다. 옆에 입이 넓은 붉은 병은 홍유(紅釉) 바탕의 자기 위에 금채로 문양을 그린 도자기다. 모두 황실 직속...
[ART ZOOM IN] 봄날 야외에서의 한잔 2021.04.27
필치가 썩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소재의 선택이 매우 흥미롭다. 그림의 메인 테마는 씨름. 단오 즈음인가. 주변이 푸릇푸릇하다.구경꾼 중에는 잿밥에 맘이 가는 사람도 있는 법. 씨름은 뒷전이고 둘러서서 한 잔 즐기는 모습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렸다. 조선 그림은 알다시피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이 ...
[ART ZOOM IN] 발군의 호랑이 발톱 묘사 2021.04.26
코로나가 여전히 맹위다. 조선 시대 역병(疫病)처럼 속수무책인 듯이도 보인다.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또 걸리면(마주치면)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호환(虎患) 같다고도 한다.호랑이는 18세기만 해도 꽤 일상적이었다. 1771년에는 한반도 끝 부산의 초량에까지 출몰했다. 이해 봄에 왜관 뒷산에 호랑이...
[ART ZOOM IN] 북송의 산속 도서관 2021.04.23
산속 누각의 한 장면이다. 이런 산수화에는 대개 누각 속에 대개 고사(高士)가 있어 얘기를 나누거나 차를 마시는 모습이 보인다.이 그림은 그와 좀 다르다. 누각 안에 사람은 없고 쌓여있는 책만 보인다. 이는 북송의 문인 소식(蘇軾. 蘇東坡 1037-1101)의 글을 소재로 그린 그림의 일부다.소식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