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쪽 물고기 그림의 꼭대기에는 공민왕이 그린 잉어에 대한 찬문 기록이 있다. 물론 그림은 남아 있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출세의 쏘가리(궐어鱖魚)나 등용문 고사를 업은 잉어, 과거 합격을 기원하는 게를 그리는 어해도(魚蟹圖) 장르 개념이 고려시대만 해도 없었다는 얘기다. 물고기 어(魚)자가 남을 여(餘)와 발음이 비슷해서 여유있는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하니 18세기 이후 시작되어 19세기에는 폭발적으로 많은 물고기 그림이 그려졌다.
민화에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 모습을 찾아볼 수 있고 재미있는 모양이 많은데, 이 귀여운 표정의 물고기는 시선이 특이하다. 뚱뚱한 물고기를 위에서 내려다본 것인지, 다시점의 현대적 표현인지, 아니면 작자가 바닷가에 살면서 가운데를 갈라 말려 널은 물고기를 많이 접한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비늘 부분은 사선 격자로 자잘하게 표현했는데 혹시 돔 종류가 아닐까.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넣어 두면 나에게 부귀나 출세, 자손번식을 가져다주지는 못하더라도 웃긴 표정으로 작은 즐거움을 줄 듯하다. 핸드폰 배경화면용으로 한 컷 제작.
작자미상 <어해도>, 종이에 먹, 79.8x47.7cm, 선문대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