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18세기만 해도 꽤 일상적이었다. 1771년에는 한반도 끝 부산의 초량에까지 출몰했다. 이해 봄에 왜관 뒷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나타나 당시 왜관의 일본인들이 혼비백산했다는 기록이 일본쪽에 있다.
호랑이가 흔해서인지 조선시대 초상화에는 호랑이가죽 의자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는 무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문신도 호랑이가죽 의자에 앉은 모습으로 그린 것이 여럿 있다.
1740년 무렵 그림으로 전하는 이 초상화도 그중 하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족좌대 옆에 큼직하게 그려진 발이다. 날카롭고 사실적인 발톱 묘사는 그 무렵 초상화 중 단연 발군이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영조 때 대제학까지 오른 문인 이정보(李鼎輔 1693-1766). 그는 20년 뒤 환갑이 넘어 초상화를 또 그렸다. 이것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데 여기에는 등 뒤의 호피만 약간 보일 뿐 발이나 발과 발톱은 그리지 않았다.
그리는 사람의 취향이었나. 아니면 당시 시정에 호환 이야기가 화제였는가. 물론 지금은 알 길이 없다.(작자미상 <이정보 초상>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