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마루산카쿠시카쿠(○△□)
작자: 센가이 기본(仙厓義梵 1750-1837)
재질 및 크기: 지본 묵화 28.4x48.1cm
소장처: 도쿄 이데미츠(出光) 미술관
앗! 어디서 봤더라.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도쿄 황궁이 내려다보이는 히비야(日比谷) 거리의 이데미츠(出光) 미술관에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만 그린 유명한 묵화가 하나 있다. 제목은 ‘마루산카쿠시카쿠’(일본어 문법상 이렇게 붙여 써야 한다).
그린 사람은 에도 후기 후쿠오카 세후쿠지(聖福寺) 절의 센가이(仙厓) 스님. 원래는 일본 내륙출신이지만 득도해 이 절로 와 50년 넘게 지냈다. 호방한 성격의 스님은 주위 신도들과 스스럼없이 사귀면서 가르침도 그들 눈높이에 맞춰 여러 방책을 썼다고. 그림도 그런 방편의 하나. 장난치듯 먹그림을 그리고 알 듯 모를 듯한 글귀를 더해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포교를 했다고 한다.
‘마루산카쿠시카쿠’ 역시 그런 그림의 하나. 단순 무쌍해 보이지만 해석은 난해하다. 미술관에서는 이렇게 해석해 소개하고 있다. 마루 즉 동그라미는 이지러짐이 없는 절대 진리의 경지를 뜻한다. 삼각형은 부처와 하나가 된 모습을 상징하는데 한편으로는 결가부좌를 하고 선에 든 앉은 모습이라고도 본다. 사각형은 갇힌 세상으로 선의 세계로 나아 가려면 어디든 걸터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센가이 스님 그림은 우스꽝스러운 인물에 개, 고양이 심지어 호랑이까지 등장해 종횡무진으로 사람을 웃기며 선의 오의(奧義)를 전하는데 ‘마루산카쿠시카쿠’와 같은 추상화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 그림은 오래전부터 이름이 나 있었으며 여러 유명 소장가의 손을 거쳐 지금 이데미츠를 대표하는 그림이 됐다.(그림 옆에 쓰인 ‘부상최초선굴(扶桑最初禪窟)’ 관지는 선종이 일본에 들어와 처음 세워진 절인 세후지 절을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