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지장보살이 널리 신봉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명부의 구세주이니 우리나라 절에서는 명부전의 주존으로 많이 모셔져 있다. 지장보살은 동아시아에서 관세음보살과 함께 가장 많이 모셔지는 보살로 한국에서는 5세기 신라 증평왕 때부터 지장보살 신앙이 널리 퍼졌다.
지장보살의 형상은 천관을 쓰고 가사를 입고, 왼손에 연꽃, 오른손은 시무외인을 짓거나 보주를 든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 전형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장을 짚고 있는 모습도 많다.
일본 미에현 츠시 세이라이지(三重県 津市 西来寺)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 전기 불화 <육불회도>는 석가, 약사, 아미타여래, 미륵, 치성광과 함께 지장보살을 한 폭에 모아 그린 것이다. 화면 하단 왼쪽에 그려진 지장보살은 오른손에 아름다운 투명한 보주를 든 모습으로, 여러 겹의 팔찌를 찬 손목, 중지만을 살짝 올려 보주를 받치고 있는 손 등이 특징이 될 수 있다.
<육불회도> 조선 전기(1488~1505), 비단에 채색, 135.2x168.8cm 세이라이지
여러 그림에서 지장보살의 보주를 든 손
요주지養壽寺 지장보살도(14세기), 네즈미술관根津美术馆 지장보살도 (14세기)
보스턴미술관 지장보살도(14세기),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지장보살도 (14세기)
우연인지 어떤지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살바토르 문디>(1500년 경)의 구세주도 왼손에 보주를 들고 있다. 이는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귀한 구슬이 우리의 고통을 없애고 구원해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가능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드래곤볼도 그렇고.
육불회도 이미지 출처. 정우택, 『한국불교회화 명품선 3. 조선전기 육불회도 - 三重県 津市 西来寺』, 동아시아미술연구소, 2022
육불회도 이미지 출처. 정우택, 『한국불교회화 명품선 3. 조선전기 육불회도 - 三重県 津市 西来寺』, 동아시아미술연구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