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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 ZOOM IN] 옹방강의 아들이 조선 부사에게 그려준 부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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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중앙 오른쪽에 탑이 자그마하게 보이고, 좌우로 언덕과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전경에 세 그루의 나무 아래로 소박한 누각 안에 인물이 담담하게 물을 내려다본다. 조선 그림인 듯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추사 김정희와의 인연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청나라 옹방강(翁方綱)의 아들 옹수곤(翁樹崑, 1786~1815)의 그림이다. 북경에 있는 법장사 탑지를 제재로 부채에 그린 산수화의 일부.

추사 김정희(1786~1856)는 1809년 동지부사로 청에 가던 아버지를 따라 연경으로 가는 기회를 얻었다. 존경해 마지않던 서예가이자 학자 옹방강과 완원을 만나고 사제의 연을 맺게 된다. 
옹방강은 추사에게 책과 글씨를 선물로 주고 아들들, 옹수배(1764~1811)와 옹수곤 등을 소개시켜 주었다. 추사는 조선에 돌아와서도 그들과의 교류를 지속했다. 특히 옹방강의 아들 옹수곤은 추사와 동갑이었기에 각별한 친구가 되어 편지로 깊은 생각들을 주고 받았다. 

옹수곤은 추사와 달리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서 교류 기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추사의 시집에 자하 신위가 옹방강에게서 받은 원말명초의 양유정楊維禎 그림을 감상하고 돌려주며 쓴 시가 있는데, 그림 안에 성원(옹수곤)의 필적이 있는 것이었는지, 세상을 떠난 뒤에 그를 그리워하며 쓴 마음이 드러난다. 

「그림을 紫霞에게 돌려보내며, 시를 쓰다 歸畵於紫霞, 仍題」

내 비록 그림을 알지 못해도
이 그림 좋다는 건 알 수 있겠네.
감상에 정밀하신 蘇齋 先生이
「烏雲帖」과 보배롭게 여기시다가
霞翁이 돌아감에 선물하시니
그 뜻은 참으로 은근하시네.
탄식하네, 老鐵이 그린 그림이
우리에게 처음으로 들어오다니!
星原은 붓끝이 쇠처럼 굳어
그 목숨 無量할 듯 보였건만
어찌하여 눈 한번 깜짝할 사이
曇花처럼 피었다가 사라지는가
萬里 밖 그 사람이 千古人 되니
그림을 만지며 눈물이 줄줄 흐르네
星原이 세상 떠나서가 아니요
우리 墨緣 얕았기 때문이네
我雖不知畵, 亦知此畵好.
蘇齋精鑑賞, 烏雲帖同寶.
持贈霞翁歸, 其意諒密勿.
歎息老鐵畵, 東來初第一.
星原筆鎔鐵, 似若壽無量.
如何須臾間, 曇花儵現亡.
萬里遂千古, 撫畵涕忽泫.
匪傷星原死, 吾輩墨緣淺. (『阮堂全集』 卷9)


이 그림은 옹수곤이 성수 박종정이라는 인물에게 선물해 그가 가지고 조선으로 왔다. 박종정은 1812년 10월 동지겸사은부사로 연행했는데, 그 때 옹수곤을 만나 선물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2022년 추사박물관 특별기획전 《추사필담첩 2》의 전시 작품.


옹수곤 <선면 법장사탑지> 1812년, 종이에 먹, 16.7x49.5cm, 추사박물관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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