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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인돼온 가까운 과거의 그림들 - 근대 회화의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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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근대 회화의 거장들
기간 : 2016.06.16.-10.29
장소 : 서울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역사는 해석이라고 한다. 사실이든 사건이든 지나간 과거를 지금 새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현재식 설명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옛 그림도 해당된다. 과거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문화적 실재라는 점에서 옛 그림도 받아들이는 과정에 해석이 필요하다.


이한복 이상범 노수현 최우석 이용우 김태석 합작 <서창청공도> 1943년 비단에 채색      32.5x121.5cm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한국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가까운 과거임에도 개인적 연구 성향에 학교 내지는 학맥 그리고 진영의 논리라는 것까지 뒤섞여 결코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듯하다.



조석진 <산수도> 비단에 채색 139.1x65.5cm (아래는 그림의 화제)
淸暑茂林風日好  더위 식힘은 무성한 숲에 바람 부는 날이 좋아
兩翁談屑落高寒  두 늙은이 끊임없는 대확 속에 달이 진다네
白雲故故沒行徑  흰 구름은 점점 더 오솔길에 묻혀있는데
要絶世人來此山  세상 사람들이 이 산에 오는 것을 막으리라


역사 전체로 비춰보면 마이너한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한 근세기의 미술도 다른 의미에서 간단치 않은 영역에 속해 있다. 물론 이곳까지 연구 성향의 대립이나 진영 논리가 파고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노수현 <사계산수도 십이폭병풍> 1925년 비단에 채색 각154.0x42.6cm



제1폭 부분과 화제 
靑山幾里入煙霞  몇 리에 걸친 푸른 산이 안개 속으로 들어오고
杖屨尋春未覺賖  지팡이 짚고 봄 찾으러 나갔지만 멀리 있지 않구나
流水小橋村路晩  강에는작은 다리가 있고 시골길은 어둑하지만
隔林應有野人家  숲 너머에는 아마도 시골 사람집이 있으리


그 이전의 문제이다. 근대적 관점의 미술사적 연구가 채 자리도 잡기 전에 미술시장 쪽에서 먼저 돈이 되는 몇몇 화가만 거론하고 크게는 서양화 중심으로 방향을 몰아가면서 이 부분은 급속 냉동된 것처럼 방치됐다. 적어도 80년대 이후부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   


김윤보 <사계산수도 십폭병풍> 종이에 먹 129.5x32.5cm



제7폭 부분과 화제 
輕風歸燕日  산들바람에 제비 돌아가는 날
細雨浴蠶天  날씨는 가랑비가 누에를 맑게 씻네
  


이 전시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적어도 ‘봉인된 과거’로 이어지는 통로를 열어보고자 시도한 것이다. 키(key)는 이름난 화가의 좋은 그림에 대한 시각조정(視覺調整) 방식이다. 

19세기말 화가에서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하면서 이름을 크게 얻었던 동양화가-오늘날 인기가 있다는 점과는 다르다-의 수준급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과거에 익숙해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경승 <화접도 팔폭병>부분, 비단에 채색 각 145.6x32.8cm

깊은 산속의 물가에 자리 잡은 초옥 속에 마주 앉은 두 인물, 손가락 끝에 먹물 그리고 물감을 묻혀 그린 그림, 복숭아꽃 아래도 입을 쩍 벌리고 헤엄치는 쏘가리. 바위 곁에 핀 수국을 향해 날아드는 형형색색의 나비.



채용신 <벌목도> 비단에 채색 104.9x65.0cm

옛 그림의 조형적 문법에 다소 익숙치 않아도  잘 그린 솜씨라는 것은 한 번에 알 수 있는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점차 친해지면서 시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친하다는 점이 먼저여서인지 산수, 사군자, 인물, 화훼로 한 분류에는 물론 신선할 것은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황성하 <지두산수도> 종이에 담채 26.5x43.3cm

19세기 후반 들어 미술계는 시장을 포함해 중앙에서 지방으로 확산되는 평준화 경향을 보이는데 기존의 소치 허련 이후의 허형, 허백련의 호남화단 이외에 김윤보나 황성하 형제 등의 평양 화단을 소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 전시는 풍부하게 잠들어 있는 가까운 과거 유산에 대한 문을 열었다는 새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숙제도 지고 있다. 물론 이곳만의 숙제는 아니다.


이용우 <새와 개구리> 종이에 담채 26.3x35.1cm 

19세기 후반 들어 정형화하는 그림과 그림 속의 글(畵題)와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과정에서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또 사군자, 화훼, 화조화 속에 알레고리처럼 들어있는 상징적 의미를 어떤 형식으로 소개해야할지는 과제가 될 수 있다. 혹시 이에 이은 스테이지 투를 기획하고 있다면 다분히 기대해보고 싶은 전시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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