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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세기의 어느날, 1975년 8월의 그날 -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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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발굴 40주년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전시기간 및 장소:
2016. 7. 26 - 2016. 9. 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2016. 10. 25 - 2017. 1. 30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시실
글: 김세린 (미술평론가, 한국공예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을 바라보는 것, 기억의 현장에서 그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유물이라 하더라도 인식과 감상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유물에만 초점을 두었을 때는 유물의 용도와 형태, 형식, 당시의 경향 등 유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미학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날, 유물이 발견되었을 당시의 현장, 유물이 처음 놓여있었던 그 곳의 현장 정황과 제반 환경을 마주하면, 유물만을 만났을 때보다 발굴 당시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발굴 40주년 특별전인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은 감각적인 전시기법을 통해 신안선이 발견되었을 당시를 곳곳에 재현하면서 동시에 적재적소에 유물을 함께 배치하여, ‘신안선이 발견되었던 그날은? 그 모습은? 당시에는 어땠을까?’ 등 신안선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관람객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이다. 


전시 전경    ⓒ 국립중앙박물관


 1975년 어부의 그물에 걸린 중국청자로 인해 세상에 열린 ‘14세기 동아시아 무역의 타임캡슐’ 신안선의 목선 내부와 인근에서는 중국 용천요에서 제작된 청자, 경덕진요의 청백자 등 도자기는 물론 금속공예, 목공예, 석제유물, 배에서 사용했던 각종 생활유물, 동전, 각종 목재  등 2만 4천여점이 넘는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두 귀 달린 병>, 원 14세기, 중국 절강성 용천요


<긴 목 병>, 원 14세기, 중국 절강성 용천요


<시가 쓰여진 접시>, 원, 중국 강서성 경덕진요


 9년동안 11차례에 걸쳐 진행된 신안선에 대한 조사와 유물의 출수는 현재 태안 마도나 군산 비안도 등에서 출수되고 있는 각종 무역선의 유물에 대한 연구는 물론, 조사발굴과 연구기술의 발전에 기반이 되기도 했다.


신안선에 실렸던 각종 완과 도기들     ⓒ 국립중앙박물관


신안선에 실린 용천요의 각종 도용들   ⓒ 국립중앙박물관


 우리가 보통 신안선이라 부르는 배는 일본 가마쿠라 시대(1192-1333)에 유행했던 카라모노(唐物)를 싣고 중국에서 일본 하카다항으로 향하던 배였다. 당시 일본 선종의 선승들과 귀족 사이에서 선풍적으로 유행했던 다량의 다완과 꽃을 꽃는 화병 및 금속, 도자기로 된 향로, 장식물 등 주문한 물건들이 배 안에 적재되어 있었다. 당시 위와 같은 무역은 절강성, 복건성 일대의 항구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신안선 역시 절강성 영파에서 출발했다. 당시 절강성에는 원 정부에서 설치한 공예품 관련 중앙관청인 ‘제로금옥인장총관부 諸路金玉印匠摠管府’가 항주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관청에서는 경덕진을 중심으로 한 도자 관련 부서인 ‘부량자국 浮梁磁局’은 물론 각종 불교조각 및 공예, 금속공예와 칠, 옥공예 등 다양한 분야와 용도에 따른 부서들이 속해있었다. 남송의 관련 관청을 흡수해 설치한 이 관청이 항주에 그대로 위치함에 따라, 절강성에는 남송정부때와 마찬가지로 관련 장인과 공방, 상인 등 무역과 관련된 제반 시설이 남송에 이어 그대로 활동할 수 있었다. 또한 원에 이르러 국가 무역 및 민간 무역이 이전보다 활발하게 전개되어, 신안선이 출발했던 영파를 비롯한 인근의 무역항에서 일본, 중동 등 다양한 국가와의 무역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신안선의 용천요, 경덕진요 등의 자기와 도기와 같은 무역품들은 하카다는 물론 교토, 큐슈, 오사카, 나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입하여 사용하였다. 


일본 출토 용천요 자기


당시 중국의 자기를 애호하던 선승의 모습 (용천요 자기)


 전시는 이러한 신안선의 발굴 당시의 현장과 침몰 전 배의 풍경을 재현함으로써 그 정황을 보여준다. 또한 그 장면과 함께 놓인 유물들은 전시장 풍경의 구체적인 전모를 뒷받침한다. 또한 나막신, 주자와 화로, 주사위 등은 신안선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은 당시 활기찼던 배 안에서의 생활과 여가를 짐작하게 한다. 긴 항해에 지쳤을 법한 사람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이어간 항해. 침몰은 상상하지도 못하고 항해를 마쳤을 때의 휴식을 꿈꾸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던 생활. 전시는 유물은 물론 신안선 내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배 안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의 모습까지 놓치지 않는다.


신안선 내부를 재구성한 전시 풍경       ⓒ 국립중앙박물관


신안선에서 발견된 나막신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이라는 이 전시는 단순히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기념하고, ‘유물’만을 보여주려는 전시가 아니었다. 출수된 유물은 물론, ‘왜 이 유물들이 적재됐을까?’, ‘이 유물들은 왜 일본에 가는 것인가?’, ‘신안선 사람들의 항해생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등 신안선이 담고 있는 당시 동아시아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각종 궁금증에 대한 답을 ‘신안선’이라는 모티브와 전시언어를 통해 관람객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인상적이었던 전시장의 풍경과 전시내용. 앞으로도 이와 같은 활기차고 의미있는 전시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세린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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