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김원 전
전시기간 : 2016.6.28.-7.7
전시장소 : 전주 전북예술회관
글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자신의 삶에서 유래한 모든 고민을 시각적으로 해명하는 이가 화가일 수 있다. 그림의 주제가 반드시 그것에만 국한될 필요야 없겠지만 구체적인 사회적 삶 속에서 살아가는 화가 또한 일상을 살면서 겪어나가는 일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기에 작품의 주제를 자연스레 그 매일 같이 치러내는, 실감나는 삶 안에서 길어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작가의 그림은 결국 광의의 자기 삶의 반경에서 나오기에 그 구분을 정확히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다. 어느 것은 삶에서 나오고 또 어느 것은 삶과 무관하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여간 작가의 작업이란 필경 그의 삶에서 파생된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파악하고 관찰하는 삶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다.
김원
삶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타인은 나의 삶에 있어서 본질적이고 결정적인 존재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말 그대로 ‘타인’이란 점이다.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 나와 동일한 욕망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너무도 다른 이가 바로 타자다.
그 불가해한 타자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삶이다. 나의 관점만으로 삶을 바라보기 어렵다, 더불어 삶은 특정한 시공간의 소산이다. 그리고 현실은 무수한 이야기, 이데올로기(신화, 문화)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이 현실을 이루는 특정한 이야기 속에서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파악하며 산다. 따라서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
하여간 우리는 그 안에서 나고, 살고, 죽는다. 무엇보다도 동시대 한국 사회는 경쟁과 생존이 기본 모티프가 된 시대로서 살아남거나 생존하기위해서는 스스로를 경영하고 관리하고 상품화해야 하는 체제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은 자본주의 서사 속에 깊숙이 포섭되어 있다. 그것이 현실의 감각을 규정한다. 그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 그로 인해 모든 주체는 항상적 불안감에 시달린다.
김원은 그러한 서사를 받아들이며 사는 한국 사회와 그 안에서 기를 쓰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소 우울하게 관찰하고 있다. 그 특정한 현실의 감각에 대한 자신의 다소 막연한 감정, 그러나 분명한 분노를 형상화하고자 했다.
우선 작가는 자신의 삶의 반경 안에서 관찰한 사람들의 만화경을 모필 드로잉으로 담았다. 생각거리를 안겨준 것들을 신속하게 채집했다. 술집과 노래방, 길거리 등에서 흔하게 접하는 온갖 모습들이다.
술을 마시고 취해있는 이들이자 노래 부르는 이, 키스를 하거나 엉켜있는 남녀, 절하는 사람, 담배를 피우며 사슴의 뿔 같은 커다란 연기(가슴 속 울분의 토로이자 내면의 분출이며 동시에 개별 존재들의 심정을 가시화하는 장치로도 보인다)를 내뿜는 모습 등이다. 교미 하는 개와 쥐나 고양이 등도 등장한다.
특정 장소는 부재하고 오로지 행위 하는 사람들의 윤곽만이 절취되어 단호한 색면 위에 올라와 있다. 이 고립감은 그들의 동작과 행동을 보편적인 패턴으로 시각화하고 그것을 뒤섞어 재배열함으로써 자신의 현실감각에 대한 인식의 지도화를 시도한다.
그는 낱장의 드로잉을 통해 수집한 개인들이 행동양식을 모아 풍경을 그려나가면서 자신이 감각화 한 이 한국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니 그의 그림은 모종의 문장과도 같다.
작가는 일상에서 유심히 관찰한 여러 사람들이 모습을 스케치한다. 그것은 사람의 표정과 습속을 수집하는 하편 그들이 저마다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채집하는 일이다. 그에게 그림은 일종의 아카이브에 해당한다.
여러 자료를 모은 후 이를 다시 재배열해서 하나의 주제 아래, 하나의 장면으로 재설정한다. 그렇게 구성이 된 후 그것을 스케치에 옮기고 얇은 지류에 전사를 하고 이후 먹물을 장지 등과 같이 흡수력이 강한 종이에 충분히 머금게 한 후 일정한 시간을 경과한 뒤에 그 전사한 지류를 만들어진 먹지 위에 올리고 드로잉을 해 나갔다.
부족한 부분은 전사지를 들어 올려 먹을 보충하며 다시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때는 나무, 금속, 손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먹 선의 강약을 강조하고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하고 풍부한 효과를 고려한다.
먹 작업 이후에는 배접을 하여 화판에 고정을 하고 작업 내용에 부합되는 배경의 색채를 선정하여 부분적으로 채색을 하여 마무리를 한다. 다소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선과 먹 맛을 자아내는 김원의 작업은 동양화 선이 지닌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고 계승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