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 탄생 백주년 기념전 - <예수와 귀먹은 양> 2013.12.04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길릴레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분의 요셉 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하고 인사하였다...(중략).....
모두가 달마! 2013.12.04
오순환은 물감을 균질하게 펴서 바른다. (부산 신세계갤러리, 11.27-12.15) 캔버스 천에 물감을 곱게 펴고 다듬고 오랜 시간 매만져 그린 그림은 납작하고 평평하다. 붓질의 드러남이 없이 물감의 층, 색 면이 환하게 빛처럼 다가오는 그림이다. 얇은 물감의 층을 반복해서 올린 이러한 방법론을 그는 ‘...
김명숙의 놀라운 얼굴들 2013.11.26
김명숙은 오로지 얼굴 하나만을 그렸다. 특정인의 초상이자 모든 인간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 얼굴하나하나는 작가의 삶에서 접한 얼굴이자 상처처럼 남은 얼굴이다. 맹인소년, 비구니, 암으로 죽은 이의 얼굴, 부인을 살해한 광부의 얼굴(미국에 체류 시 신문에서 접한 사진), 몇 해 전 돌아가신 옆집 할머니의 ...
깊어가는 겨울, 좋은 것을 보는 안복(眼福) 2013.11.25
무르익은 가을, 국립현대미술관은 도심의 고궁에서 한국 회화 걸작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명화를 만나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이 그것이다. 이 전시에는 한국회화사에 큰 흔적을 남긴 화가 57명의 작품 100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근대적 표현의 구현’, ‘새로운 표현...
정치를 칼끝으로 버무려 내다 - <리란칭(李嵐淸) 전각서예전> 2013.11.20
이미 우리시대는 붓글씨 쓰기를 지나 키보드 치기시대 한가운데로 접어들었다. 불과 이십 여년만이다. 쓰기와 치기는 그냥 서체의 변화가 아니다. 붓글씨가 축적해온 2,000여년의 역사를 자판이 갈아치운 문명의 대 전환이다. 전각을 새기고 있는 이란칭 인간이 매 글자를 일일이 만들어쓸 필요가 없다...
궁핍한 시대의 빛나는 그림들 - <명화를 만나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2013.11.20
이상범 <추경산수> 1954년경 69.3x274cm 종이에 수묵담채내년 3월까지 5개월 동안 계속 되는 전시가 연일 성황을 이루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짧은 전시 기간에 관람을 서둘러야 할 촉박할 일도 없고, 입장권을 붙여 보고서를 써야 하는 방학숙제를 해야 할 시점도 아닌 탓이다. 그...
유용한 미술 2013.11.13
이른바 국민작가로 박수근과 이중섭을 드는 데 주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은데 6.25전쟁 때 월남한 작가, 생전에 영화를 누리지 못하였으나 오늘날 저택 혹은 여러 사무실에 임대를 줄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빌딩 정도와 작품 한 점의 가격이 맞먹는다는 점들이다. 이중섭은 원산에서...
물에 잠긴 돌(자연) 2013.11.12
박찬우, 사진, stone 1019 타원형의 돌이 물에 담겨있다.(박찬우, 중정갤러리, 11.12-27) 한국 산하의 부드러운 능선이나 바다거북이의 등을 닮은, 수평으로 둥글게 내려앉은 돌은 희박한 색채와 조심스러운 표면의 질감을 유지한 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흡사 돌이 반신욕을 하고 있는 것도 ...
거시적 건축의 미시적 흔적들 - <중국 청주(靑州) 와당> 특별전 2013.11.11
요즘 걷고 싶은 동네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암동에는 카페도 많이 들어섰지만, 구석구석 박물관, 미술관도 알차게 들어서 있다. 그 중에 유금와당박물관은 자하문 터널 입구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을 끼고 있는 한적한 골목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해있다. 이런 주택가 골목에...
고려 유일의 선으로 묘사된 아미타불 세계 - <빛으로 나투신 부처展> 2013.11.06
회화사에서 고려시대는 오래 동안 암흑에 비유된 적이 있었다. 기록에는 다양한 그림의 역사가 전하지만 그를 확인해줄 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광(無光)의 고려 그림에 1970년대 중반 이후 눈부신 빛이 발하면서 등장한 것이 고려불화(高麗佛畵)였다. <아미타 삼존도(阿彌陀三尊圖)...
이것은 그림이다 2013.11.06
nature-image / 45.5x53cm(10호 F) / 아크릴, 캔버스 2011 주태석의 화면은 전복적(顚覆的)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도출한 결과라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처럼 그는 부드럽고 흐릿한 채색과 극히 일부이지만 강렬하게 보이기 위한 거친 붓질을 동시에 구사한다. 하지...
진경시대 향기, 장엄한 오케스트라 - <진경시대화원展> 2013.10.30
계절의 여왕 5월과 한 해의 결실을 화려한 단풍으로 마무리하는 10월이면 자연스레 발길이 닿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성북동에 위치한 민족문화유산의 보고(寶庫) 간송미술관이다. 일본의 고도 나라(奈良)에서 정창원전(正倉院展)이 열리면 전시를 보기위해 나라국립박물관 밖에 수백 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간송미...
눈물과 칼 2013.10.30
양대원, 눈물의 숲2, 2011양대원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정교하게 가공하고 디자인(작도)하거나 물질의 속성을 자기 식으로 제련해서 화면에 밀착시킨다. 그러니까 황토색감이 파고들어 은은한 색채감과 부드럽고 강인한 재질감이 살아있는 장지를 7번 배접한 화면이 그렇고 진하고 깊은 맛을 내며 단호한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 - <위대한 유산>展 2013.10.29
광복후 나라를 세우기 위한 사상적 노선들이 격렬히 부딪히는 공간에서 백범 김구(金九, 1876-1949)는 ‘문화론’을 주창했다. 그가 말하는 문화는 평화의 다른 이름임을 우리는 알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인 문화라는 것이 민족적 자긍심임을 또한 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
산업화 시대의 불온한 상상력 2013.10.22
김구림의 회고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지난 7월 1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김구림은 1960년대 포스트-앵포르멜 시대에 등장한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이다. 2011년 김달진 미술연구소의 설문조사를 따르면 김구림은 재조명이 필요한 한국 현대작가 중 두 번째 작가였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