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모두가 달마
전시장소 : 부산 신세계갤러리
전시일정 : 11.27-12.15
그렇게 작가는 물감을 고르게 펴서 바르고 화면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극한 정성이 깃든 그리기이고 공을 들이는 그림이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평평하게 문질러대면서 그리는 듯 하다. 그 평평한 표면에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고르게, 평등하게 자리하고 있고 동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그려져 있다.
오순환 _ 집 2013, 캔버스에 아크릴, 116*91cm
그가 그리는 존재는 이처럼 모두 동일하고 평등하다. 그것들은 소중한 생명이고 그대로 완벽한 존재들이다. 평범한 범부들, 개와 새, 산과 나무, 집과 화분 등은 이미 그것 자체로 충만한 세계를 이루면서 당당하고 맑고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두다 달마다. 화면 속의 형태가 더없이 소박하고 어눌해 보인다. 그야말로 졸拙하다. 그런데 졸이란 교巧가 이룰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볼수록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그림이다. 그림 속 형상들은 햇살처럼 환하고 맑은 화면에 눈부시게 박혀있다.
물감을 평평하게 펴서 바른 표면이 이룬 밀도와 질감위에 칠해진 색채들의 조화가 이룬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정서가 스며드는 그림이다. 그것은 특정한 의도와 욕망이 아니라 한 개인의 천성과 그가 습득해서 자연스레 체화된 미의식과 세상과 사물을 보는 그만의 눈과 마음으로 인해 가능한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심성이 문질러지고 펴져서 이룬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이처럼 그림은 한 개인의 지닌 모든 것의 총화가 불현 듯 몸을 내미는 것이다. 그러니 그림은 꾸며지거나 의도되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그만의 모든 것으로 절여진 그림!
오순환 _ 달마 2013, 캔버스에 아크릴, 194*130cm
오순환은 자기 마음으로 본 달마를 그렸다. 그는 일상에서, 모든 존재에서 달마의 얼굴을 보았다. 불성을 만났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평등하며,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무한한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불성은 모든 것을 통섭하는 진리이고, 또한 우주의 실상이다. 선의 참다운 목표는 보잘것없는 일상적 삶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진리는 다른 곳에 있지 않고, 특별한 곳에 주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그러니 살아있는 것이 도를 닦는 일이고 일상이 도장이고 만물이 부처 아닌 게 없다. 달마 아닌 게 없다. 이처럼 오순환의 그림에는 평범한 사람들, 모든 생명체가 달마가 되어 등장한다. 작가는 모든 것에서 달마를, 부처의 모습을 찾았던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결국 부처, 달마가 아니겠느냐는 그의 음성도 들린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삶속에서 무수한 달마를 찾고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극한 정성으로 펴내어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