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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전시명 : 양대원 展 오래된 눈물
전시장소 : 사비나 미술관
전시일정 : 2013.09.25(수) ~ 2013.10.30(수)


양대원, 눈물의 숲2, 2011


양대원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정교하게 가공하고 디자인(작도)하거나 물질의 속성을 자기 식으로 제련해서 화면에 밀착시킨다. 그러니까 황토색감이 파고들어 은은한 색채감과 부드럽고 강인한 재질감이 살아있는 장지를 7번 배접한 화면이 그렇고 진하고 깊은 맛을 내며 단호한 어둠, 검음에 가깝게  아크릴물감을 밀어올린 것 등이 그렇다. 그 위에 올라가는 형상 또한 그렸다기보다는 도안, 작도, 그래픽에 유사하다.

나로서는 강박적 완성주의자 혹은 내용과 형식, 이미지와 물질 모두를 자기 감각에 맞게 혹독하게 끌고 가려는 모종의 고집과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고집스럽게 메여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정도의 공력과 완성도, 감각의 날카로움을 지닌 회화/동양화를 보기는 어렵다. 그의 작업은 동양화일까? 그는 여전히 장지를 배접해서 흙물을 올려 자신의 원하는 바탕을 만든다.

당연히 그 바탕, 배경은 흙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 부드럽고 온화한 빛으로 충만하다. 마치 장판지에 햇살이 비추이고 있는 듯 하고 여백처럼 투명하다. 동시에 그는 진한 검은색 물감을 단호하게 밀착시킨다. 비록 먹은 아니지만 그것은 다분히 먹에 유사한 색, 맛으로 충만하다. 아마도 두터운 바탕에 먹이 효과적으로 안착되기 힘들어서 그는 아크릴 물감을 대신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먹과 등가의 관계 아래 구사된다. 또한 그는 인두질이나 전각의 기법을 응용해왔다. 현재 작업은 필선이 부재한 대신에 칼/송곳으로 예리한 선을, 흡사 철선묘와 같은 선을 각을 하듯이 새긴다.

그것은 그려진 선이 아니라 두터운 종이의 표면을 절개하는 선, 홈을 파는 선, 음각화 한 구멍이다. 진한 검정색을 머금은 풍선, 눈물, 별이나 꽃, 문자를 연상시키는 형상이 '쫘악' 펼쳐진 화면에 그 예리한 선들이 조심스레 덩어리를 구획 짓고 있다. 그러니 그의 그림은 그렸다기보다는 파들어 가고 각을 하고 색을 상감하는 듯 하다. 이러한 방법론은 그가 다분히 동양화의 전통을 의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여간 그는 정통적인 동양화 재료나 방법론으로는 그림이 너무 약하고 동시대 현대미술과  '게임'이 되기 어렵다고 진작에 깨달은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그 전통적 재료 안에서 씨름을 한다. 재료뿐만이 아니라 그는 사군자를 패러디하고 문자도를 차용하기도 한다. 그 전통적인 화목을 가지고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대원의 근작은  날카롭고 단호해졌다. 여전히 양식화된 세련된 화면 구성 속에서 그는 자객이 되어 칼을 후비고 다닌다. 그 칼날이 헛된 사랑과 꿈과 눈물, 문자의 체계를 마구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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