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화가의 세상에서 가장 슬픈 그림 -<이중섭, 100년의 신화>전 2016.06.15
30도가 넘는 온도에다가 바닥에서 반사된 햇빛으로 어른거리는 덕수궁 서관의 앞마당이 한 예술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로 붐빈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건 그곳에 선 이들 누구보다 나이가 많을 분수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보다 더 큰 기대감일 터인데, 교과서에서부터 봐오던 국민화가 이중섭 작품을 실물...
깨달음의 Before and After -<한일 국보반가사유상의 만남>展 2016.05.30
한국에 국보 78호와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이 있다면, 일본에는 코류지(廣隆寺)와 츄구지(中宮寺)의 목조반가사유상이 있다. 물론 국보 83호 반가상과 쌍둥이처럼 닮은 코류지 반가상이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츄구지 반가상이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번 전시 소식은 한두달 쯤 전에 들었는...
시대를 살아낸다는 것의 의미-<시대의 선각자, 나혜석을 만나다> 2016.05.25
120년 전에 수원에서 탄생한 한 아이는 총명하였고 그림도 잘 그려 성장한 후에 화가가 되었고 문재(文才)도 뛰어나 소설도 남겼다. 근대 문화계 천재로 손꼽혔을 이 인재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화가라는 그의 작품 양식도 확언하기 어렵고 세상에 그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것들도 명성에 비하면 경악스러울 정도...
과거의 詩와 현실 풍경이 만난 제3의 길 - 소정 변관식展 2016.05.18
전통에서 현대 사이의 불안정한 시공간인 근대를 무대로 활동했던 한국화가 변관식은 그럼에도 그 시대의 여타 화가들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는 화가이다. 일제시대 조선전람회 참여 포기와 이어 해방후 국전 참여거부. 체제와의 불화를 이고 살았던 시절 반골화가라는 레텔은 매력적이었다. 미술사적으로 봐서도 민화 ...
상설전시실 속 민중미술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2016.05.18
1980년대가 중심이 되는 한국 민중미술이 미술계의 표면으로 부상한 것은 오래 된 일이지만, 미술시장의 화두로까지 등장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미술의 흐름에서 민중미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고 그와 더불어 사회참여와 시각적 표현에 대하여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하였는지에...
다시 한 번 새롭게 - <간송문화전 제 6부 풍속인물화 – 일상, 꿈 그리고 풍류... 2016.05.10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아저씨의 얼굴. 복숭아를 들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굴까.이 인물은 단원 김홍도의 낭원투도(閬苑偸桃)에 그려진 것으로, 서왕모에게서 복숭아를 훔쳐 먹는 동방삭이다. 김홍도는 중국풍의 도석화도 잘 그렸지만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도석화에 슬쩍 넣을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있었던 게 아...
고희동, 김관호의 도쿄미술학교 교수 -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전 2016.04.29
푸른 바탕에 흰 줄무늬 유카타(浴衣)를 입은 젊은 여인이 호숫가에 걸터앉아 있다. 한 손은 호숫가 바위를 짚고 다른 손에는 꽃무늬가 그려진 부채를 살짝 쥐었다. 이목구비가 분명한 인상 위에 목을 드러내고 곱게 쓸어 올려 말아 묶은 머리에서 단정함과 기품이 느껴진다. <호반> 1897년 캔...
밥 안에 핀 꽃들 -<임영숙 전> 2016.04.26
임영숙은 그릇에 가득 담긴 밥과 꽃을 그리는 작가다. 그 그림이 햇수로 십 수 년이 넘는다. 근자에 밥그릇이나 밥 그림이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기존 작가의 것을 슬그머니 차용하거나 베끼는 경우다 다반사다. 미술에서의 표절도 따지고 보면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지경이다. 하여간 흰 사발에 밥이 ...
바다를 건너 이어진 진진한 好古 취미 - 돌아온 瓦塼 이우치 컬렉션 2016.04.20
호고(好古) 취미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찾아보면 『논어』에 벌써 이 말이 보인다. ‘나는 옛 것을 좋아해(好古) 민첩하게 익혔을 뿐’이라고 한 공자의 말씀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물건보다는 옛 제도에 가깝다.애호고물(愛好古物)적 의미는 북송에서 비롯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송 마지막 황제 휘...
미술의 실행 : 공감(共感)과 위무(慰撫) - <4월의 동행>전 2016.04.19
세월호 2주기인 4월 16일에 개막한 경기도미술관의 전시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공공미술관이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세월호’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 점도 그러하지만 미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정면으로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
염치 없는 시절에 다시 보는 四君子 그림 - 사군자 다시 피우다展 2016.04.12
자리 보존을 위해 이권 넘겨주는 일, 아랫사람 월급 뺏어먹는 일, 남들 안본다고 뇌물 받아 먹는 일, 나라를 위한다면서 제 몸만을 챙기는 일.지위도 그럴 듯하고 큰 차에 널찍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파렴치하고 몰염치한 일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그리고서는 말로는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한...
산책과 자연 속의 수집-김은영展 2016.04.12
김은영은 산책길에서 자연의 편린을 수집했다. 꽃과 나뭇잎, 작은 열매들이다. 나무로부터 부풀어 오른 것들이자 스스로 그렇게 된 형상들이고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신비스런 생명의 결정으로 환하게 눈길을 끄는 것들이다. 땅에 누워있는 그것들은 나무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으로 더 이상 깊은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수액...
상관관계에 대한 유추 ; 개인의 예술과 공동 기억의 쇠퇴 - 한불수교 130주년,... 2016.04.06
한불수교 130주년 행사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5년 9월부터 2016년 12월말까지 1년 4개월 동안이 ‘한불상호 교류의 해’라고 하니 앞으로도 많은 행사가 열릴 것이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는 지난 9월부터 올해 8월말까지, 한국 내 프랑스의 해는 이번 3월부터...
살아있는 것들展 2016.03.30
내 몸 바깥의 것이 세계이다. 그러니 세계란 몸을 의식하고 있는 자의 피부에서 떠도는 것들이다. 그것은 구체적이면서도 신기루 같아 잘 실감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세계는 항구적으로 존재하며 내 몸과 의식에 부단히 다가와 성가시게 한다. 어쩌면 모든 인간의 사유의 원천은 저 세계다. 그것은 멀기도 하고 가...
‘구라’ 속의 진실 <주재환: 어둠 속의 변신> 2016.03.22
섣달그믐에 몰래 집에 찾아와 아이들의 신발을 훔쳐가는 귀신이 있다. 그 귀신의 이름은 야광귀(夜光鬼). 신발을 잃어버린 아이는 한 해를 불행하게 보내게 된다. 그런데, 아이 신발을 감추고 체를 벽에 걸어두면, 그 야광귀는 신발은 잊고 체의 눈을 세다 세다 새벽 닭이 울어 신발을 못 훔쳐가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