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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안에 핀 꽃들 -<임영숙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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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30.-5.18
서울 아트팩토리
글: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임영숙은 그릇에 가득 담긴 밥과 꽃을 그리는 작가다. 그 그림이 햇수로 십 수 년이 넘는다. 근자에 밥그릇이나 밥 그림이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기존 작가의 것을 슬그머니 차용하거나 베끼는 경우다 다반사다. 미술에서의 표절도 따지고 보면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지경이다. 하여간 흰 사발에 밥이 가득 담긴 그림의 원조는 임영숙이란 작가다.


임영숙 <밥 재료> 장지에 혼합재료 53X45.5cm


이 작가의 그림은 우선 흰 그릇에 밥/꽃이 가득하게 담겨 있다. 뽀얀 백자사발과 단색으로 마감된 배경은 평면적인데 반해 밥 안에 자리한 꽃은 사실적인 묘사로 무척 환영적이다. 그로 인해 생동감 있게 자리한 꽃이 무척 감각적으로 부각되는 연출이다. 꽃은 마치 밥그릇으로부터 자라나는 것 같지만 동시에 그로부터 홀연 부양되어 독립된 존재로 다가온다. 

밥그릇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더러 밥은 산과 집이 있는 풍경이 되고 식물이 자라나는 정원이 되고 꽃들을 품고 있는 보금자리가 된다. 그곳은 이상적인 공간, 가족구성원이 자리한 가정, 혹은 내밀한 자신만의 은거(隱居) 장소이기도 하다. 

그곳을 향한 절실하고 신앙심 깊은 마음들이 공을 들여 밥과 꽃을 그려내고 있다. 이 공들임은 수북이 쌓인 밥과 그 밥 안에서 힘껏, 가득 피어나는 온갖 꽃들로 형상화되고 있다. 

그러니 이 꽃그림은 무척 상징적인 그림인 셈이다. 따라서 특정 식물을 재현하거나 단순히 장식적인 꽃 그림에서 미끄러진다. 사실 전통적인 사군자, 화훼화, 민화의 꽃그림이란 모두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 그림으로 당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과 이상, 꿈과 소망을 표상했던 것들이다. 


임영숙 <밥 재료> 장지에 혼합재료 60.6X72.7cm


그 이미지들은 가장 인간적인 메시지를 간직한 것들이다. 그래서 전통시대의 이미지를 흔히 ‘주술적 이미지’ 혹은 ‘텍스트로서의 이미지’라고 부른다. 현대미술은 바로 그 문학성을, 미술 외적인 요소를 화면에서 부단히 지워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미술에서 내용이 사라지면 공허해지고 그림은 그저 형식이나 장식, 디자인이 된다.  

임영숙의 그림은 전통적인 채색화의 기법과 그로부터 발원하는 색채의 깊이를 품으면서 자신의 삶에서 유래하는 간절한 소망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 현대채색화의 한 품격을 정갈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영택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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