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장 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기 간 : 2016. 5. 3. ~ 연중
1980년대가 중심이 되는 한국 민중미술이 미술계의 표면으로 부상한 것은 오래 된 일이지만, 미술시장의 화두로까지 등장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미술의 흐름에서 민중미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고 그와 더불어 사회참여와 시각적 표현에 대하여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하였는지에 대해서도 그 때 상황 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이 서울시립미술관에 민중미술을 포함한 200점의 작품을 기증한 지 십오 년이 지나 이제야 ‘가나아트 컬렉션’ 상설전시실을 마련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을 것임이 짐작 가능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뒤로 하고, 시립미술관 2층에 마련되었다는 상설전시실 오픈 기념전에 어떤 작품이 어떻게 전시되고 있는지 찾아갔다.
1층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전으로 시끌하고, 2층 우측과 3층 전시실은 한불수교 130년을 기념하는 사진전과 교류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2층 좌측 천경자 상설전시실 옆에 가나아트 상설전시실이 자리잡게 된 모양이다.
200점의 기증 작품은 서양화 160점, 한국화 10점, 판화 7점, 조각 23점으로 총 200점이며, ‘현실과 발언’,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두렁’, ‘임술년’ 그룹 회원 등 46명의 작가 작품이고, 주로 1980년대의 민중미술 작품들이지만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극사실주의, 표현주의 경향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는 총 200점의 기증 작품 24명 작가의 민중미술 대표 작품 28점을 선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앤솔러지”.
신학철 <한국근대사-5> 1982, 캔버스에 유채, 70×55cm
신학철은 70년대 '아방가르드협회 그룹전'을 통해 다양한 실험미술을 시도하고, 극사실주의와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한국근대사> 연작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강요배, 권순철, 민정기, 박불똥, 손장섭, 신학철, 임옥상, 오윤, 홍성담 등 잘 알려진 작가의 특징이 드러난 작품들이 작은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원 수장자가 이 작품들을 구매하게 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거름의 원칙, 그리고 다시 서울시립미술관의 손으로 첫 기증기념전을 열 때 적절한 작품으로 선택되는 기준의 필터링의 효과는 알차고 효율적이지만 맥빠진다고 할까. 오페라 전작품보다 갈라쇼가 더 감동적일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오윤 <낮도깨비> 1984, 목판화, 53×37cm
오윤은 1969년 '현실동인'을 결성하여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전통 민중문화를 연구했다. '현실과 발언'창립동인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다가 만 40세의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전시 중인 작품들을 통해 처절했던, 고단했던, 그래도 희망과 열정이 있었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예술가들의 역량을 확인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중미술이 그 작품을 느끼는 사람에게 주는 어떤 중요한 알맹이는 빠진 느낌인 것이, 제한된 공간, 다양한 작가, 작은 스케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황재형 <물지게꾼> 1989, 캔버스에 유채, 61×93cm
황재형은 1982년 '임술년' 그룹의 창립회원으로 산업화 이면의 그늘, 소외된 서민,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면 등 현대 사회의 실존적인 문제들에 주목해 왔다.
작품의 기증이 미술관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극적 작품 유치나 기증받는 작가와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긴 안목이 필요한 일이다. 가나아트 기증 작품의 상설전시를 계기로 미술관 내에서 관련 분야 연구와 관련 작품의 소장품 구입 및 관리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면 시립미술관의 정체성 확립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울시민들과 소통하고 서울의 역사를 담을 수 있는 개성있고 주관 뚜렷한 미술관으로 자리잡는 꿈을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