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ZOOM IN] 비바람 변덕의 봄날과 낮잠 2021.04.16
변덕이 심한 봄 날씨. 금방 여름이 찾아올 듯하다가 돌아서서 비바람을 뿌린다. 그런 날 따듯한 방 안에 있으면 절로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달콤한 낮잠이다.중국에서도 문인화의 본고장은 강남이다. 그곳은 말할 것도 없이 한양보다 더 따뜻하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나온 화보(畫譜)에는 봄날 낮잠 즐기는 장면...
[ART ZOOM IN] 산수화의 쌀, 나뭇잎 2021.04.15
반도체가 전쟁이라고.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 아닌가. 그림에도 쌀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그림 전체에서 찾으면 막연하지만 산수화에는 쌀이라고 부를 만한 게 있다.산수화에 산과 나무가 중심이라는 것은 지극 당연. 그런데 산(바위 포함)보다는 나무 묘사가 자연히 많다. 나무는 줄기, 가지에 잎에 더해져 완...
[ART ZOOM IN] 25평 아파트에 자차 한 대는 아니라도 2021.04.14
집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젊은이들은 영끌, 인생 격차,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를 곱씹으며 분을 삭이고,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나라에 월세 내고 살게 됐다고 한탄이다.문인화가 이인상(1710-1760)은 학문이 뛰어나고 성품도 올곧았으나 서얼 출신이다. 그래도 진사는 가능해 젊은 시절 공부에 매진했다...
[ART ZOOM IN] 물기 오른 버드나무와 새봄을 지저귀는 새 2021.04.13
간밤에 봄비가 내리고 또 하늘이 맑게 갰다. 물기 머금은 나무의 새잎이 한층 싱그럽다.화가는 새도 그리고 짐승도 그리고 산수도 그린다. 그러나 다 잘 그릴 수는 없다. 화가 김홍도는 그럼에도 여러 면에서 뛰어났다. 당대에는 특히 새와 꽃, 즉 화조를 잘 그리는 화가로 이름났다.특징은 시정(詩情) 물씬한 ...
[ART ZOOM IN] 남녀칠세부동석 시대의 구경꾼 2021.04.12
선거가 끝나고 승인, 패인을 논하면서 페미니즘, 젠더란 말이 자주 들린다. 정치의 향배를 뒤바꿀 만큼 중요한 말이 됐으나 여성이 시민권을 얻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다.조선 시대는 권리는커녕 여성 그 자체가 무시됐다. 수백 년 동안 중국 고대적 책에 나온 ‘남녀칠세’ 운운했다. 보통 임진왜란 이후에 여성...
[ART ZOOM IN] 새봄, 한층 싱그러운 연초록 버드나무 잎 2021.04.09
초록이 하루하루 달라 보이는 새봄이다. 꽃이 진 뒤에 나온 작은 잎도 하루가 다르게 색의 변주를 보여준다. 여리여리한 연초록에서 시작해 차츰 농도가 바뀐다. 그래도 봄 내내 연초록을 자랑하는 것은 단연 버드나무라 할 수 있다.버드나무는 옛 그림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물론 대나무나 매화나무만큼은 아...
[ART ZOOM IN] 조선의 국무총리, 영의정 행차 모습 2021.04.08
조선은 왕의 나라이지만 그림 속에 왕이 그려진 적은 없다. 지존(至尊)의 모습을 함부로 그려 아랫사람에게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물론 초상화는 예외다. 그래서 그림으로 그려질 수 있는 최고위 권력자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영의정이 된다.영의정을 그린 그림도 물론 찾기 쉽지 않다. 이런저런 그...
[ART ZOOM IN] 으하하 으하하, 대쾌(大快)의 얼굴 2021.04.07
조선시대 풍속화라 해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웃는 표정이다.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가 그림을 그릴 때면 주변에 사람들이 웃겨 죽겠다는 양 박수를 치곤 했다는 기록이 있다.그런 그였지만 웃는 표정을 그린 그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그의 특기는 웃는 표정이 아니라 웃지 않고 못 배기는 상황 ...
[ART ZOOM IN] 칼칼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느낌 2021.04.06
매우면서 칼칼하고 또 시원하다는 매운맛 전성시대이다. 매운맛에는 자극성이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한다. 그런 때문인지 범위가 확장일로다. 최강, 극강의 매운맛 라면은 나온 지 오래다. 국, 찌개 같은 전통 범위를 넘어 물 건너온 요리까지 넓혀지고 있다. 카레나 피자도 매운 고추가 든 게 인기다.맵긴 하지...
[ART ZOOM IN] 봄비에 젖은 옛 한양 같은 풍경 2021.04.05
하늘이 어느 때보다 맑고 파랗다. 누리끼리한 황사 먼지는 보이지 않는다. 주말에 흠뻑 내려준 비 덕분일 것이다.‘비에 젖은 서울 풍경’의 운치는 이미 찾기가 멋쩍게 됐다. 어디를 봐도 총총한 아파트에 고층 빌딩들이다.조선이었다면 꽤 근사했을 거다. 이인문(1745-1824) 그림에 비내리는 모습을 그린게...
[ART ZOOM IN] 김홍도 풍속화 속의 부러운 맨 얼굴 2021.04.02
아침 출근길에 버스에 오르니 상냥한 아가씨의 목소리로 ‘마스크를 쓰세요’라고 한다. 버스를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려니까 또 다른 아가씨가 ‘지하철 이용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고 말해준다.지하철을 내려 공원 옆길을 걸어 가는데 이번에는 ‘서울 어디서나 마스크 착용’이라고 쓴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ART ZOOM IN] 복사꽃이나 벚꽃이나 봄을 즐기기는 마찬가지 2021.04.01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봄이 순서 없이 다가온 듯하다. 여기저기에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있다. 목련, 진달래, 벚꽃, 산수유 등 모두 봄을 알린다. 꽃피는 순서야 어떻든 활짝 핀 꽃들은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마음의 위안이 된다(그런데 방역을 이유로 벚꽃명소 여의도 윤중로를 통제한다는 소식이다).꽃을 즐기...
[ART ZOOM IN] 박쥐 날개에 생선이라 2021.02.24
환두국(讙頭國)인.『산해경(山海經)』코로나 끝이 쉽게 보이지 않아 모두 걱정이다. 1년 넘는 방역 생활은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나은 것도 있다. 백년 전만 해도 바이러스는 커녕 세균도 몰랐다. 당연히 마스크, 손씻기 같은 예방의학도 없었다.그래서 구한말 맹위를 떨친 게 ‘카더라’였다...
[ART ZOOM IN]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얼음장을 뜨는데 2021.01.06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영하의 날씨가 며칠째 계속 중이다.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처럼 추운데 예전처럼 ‘동장군(冬將軍)이 어쩌고’ 같은 말을 안 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란 말도 쓰기가 어색한 시대가 됐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겨울 추위가 지금보다 대단했다는 기억이 있다. 패딩도 없고 파카...
[ART ZOOM IN] 세상 이쪽에서 저쪽 세상 그리기 2020.11.11
구공탄을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고. 아마 같은 얘기일 것 같다. 예전에 카메라 하면 당연히 필름 카메라였다. 2000년 전후에 그게 바뀌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도래했다. 또 이어서 갤럭시가 나오면서 모두 핸드폰 세상이 돼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한 번도 네가 필름을 보지 못한 사람이 구공탄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