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서울 풍경’의 운치는 이미 찾기가 멋쩍게 됐다. 어디를 봐도 총총한 아파트에 고층 빌딩들이다.
조선이었다면 꽤 근사했을 거다. 이인문(1745-1824) 그림에 비내리는 모습을 그린게 있다. 원래는 ‘우중춘수만인가(雨中春樹萬人家)’라는 시구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비에 젖은 나무 사이로 집들이 가득하네’라는 내용은 당나라 시인 왕유의 시구다. 이 구절 앞에 ‘운리제성쌍봉궐(雲裏帝城雙鳳闕)’이 있다. ‘구름에 가린 도성에 봉황의 궐문이 우뚝하다’의 뜻으로 당연히 당나라 장안이 모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인문이 그린 이상 한양을 염두에 두었을 법하다. 납작한 집들이 연속된 모습은 더욱 그렇게 보인다. 그렇다면 삽다리 개울은 청계천이 되는가.(이인문(1745-1824)의 <운리제성도>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