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였지만 웃는 표정을 그린 그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그의 특기는 웃는 표정이 아니라 웃지 않고 못 배기는 상황 묘사에 있었다. 이후의 풍속화가도 대부분 김홍도 따라하기가 많아 웃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김홍도의 10년 선배 화원인 김후신(1735-1781) 그림에 거나하게 술에 취해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그린 게 있다. 고개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파안대소하는 표정이다. 입이 얼굴 반만한 크기로 벌어져 있다.
원래 그의 전공은 초상화. 궁중 초상화를 그린 공로로 지방관직을 두 번이나 제수받았다. 이 그림은 그래서 의외로 보인다. 조사에 의하면 가을 추수 후 마을 제사를 그린 한시의 한 구절 ‘집집마다 술 취한 사람을 부축해 돌아가네(家家扶得醉人家)’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돼 있다.
오늘 밤 누군가는, 적어도 두 사람은 그림처럼 파안대소를 하겠지.(김후신 <통음대쾌>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