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문인화의 본고장은 강남이다. 그곳은 말할 것도 없이 한양보다 더 따뜻하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나온 화보(畫譜)에는 봄날 낮잠 즐기는 장면이 여럿 있다.
김홍도가 봄날의 낮잠을 그린 그림도 거기서 힌트를 얻은 듯하다. 《당시(唐詩) 화보》의 피일휴의 시 ‘조용한 밤 술에 깨(閑夜酒醒)’에는 평상 위에 엎드려 자는 그림이 짝이다.
단, 그림 속 시구는 피일휴 시와 무관하다. ‘복사꽃 다시 붉은 것은 간밤의 비를 머금어서고 더 푸르른 버드나무는 아침 안개 때문이네(桃紅復含宿雨 柳綠更帶朝煙)’라고 적은 시는 왕유의 <전원락> 한 구절이다. (김홍도 <수하오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