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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 ZOOM IN]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얼음장을 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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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영하의 날씨가 며칠째 계속 중이다.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처럼 추운데 예전처럼 ‘동장군(冬將軍)이 어쩌고’ 같은 말을 안 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란 말도 쓰기가 어색한 시대가 됐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겨울 추위가 지금보다 대단했다는 기억이 있다. 패딩도 없고 파카도 없던 시대라서 더 심하게 느꼈을 수 있다. 실제 그때는 모든 게 자주 꽁꽁 얼었다. ‘설마’라고도 하겠지만 방안의 물그릇 물도 얼었다. 한강도 수시로 얼었다.
예전 풍속화의 시대. 겨울을 그린 그림이 있었던가. 펄펄 눈 내리는 사이로 나귀 탄 나그네가 길을 가는 그림은 쉽게 떠오른다. 삿갓 쓴 어부가 겨울 강에 낚싯줄을 드리운 것도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어떤가. 역시 겨울 그림이다. 분홍 옷차림이 있어 짐작하기는 좀 어렵지만 자세히 보면 의외의 장면이다. 한겨울 강에서 얼음을 깨 등에 짊어지고 가 창고에 갈무리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면 조선 시대 얼음을 저장했다는 서빙고를 그린 풍속화인가. 그럴 수도 있으나 정확히는 아니다. 그보다 고대 중국의 겨울을 상상하면서 그렸다고 해야 한다. 어째서인가.
여기에 보이지 않지만 그림 위쪽에 시가 한 구절 적혀 있다. 거기에 왈, ‘섣달에는 얼음을 탕탕 깨어 정월에 얼음창고에 집어 넣는다네(二之日鑿氷沖沖 三之日納于凌陰)’라고 했다. 이는 『시경』의 「빈풍 칠월(豳風 七月)」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시경』은 고대 중국의 중원 지방 민요를 모아놓은 시집이다. 「빈풍 칠월」편은 주나라 백성들의 농사일을 다룬 것이다. (이지일, 삼지일은 섣달과 정월을 가리키는 고대 표기다) 
조선도 한겨울에 서빙고 부근의 한강에서 얼어붙은 얼음장을 떴다. 이를 얼음창고에 넣어두고 여름 내내 썼는데 떼어내는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그러고 보면 이는 겨울철 볼거리라도 할 수 있다.
이방운(李昉運 1761-1815이후)은 19세기 전후의 이름난 직업 화가였다. 조선 풍속화를, 당시 높이 쳐주던 중국 그림처럼 그려내는 게 특기였다. 그렇다면 『시경』 구절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서빙고의 겨울 풍경을 슬쩍 그려 넣었다고 해도 전혀 무리한 추측은 아닐 것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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