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되는 색채, 축적되는 신화-<김환기의 선線 · 면面 · 점㸃> 2015.12.30
1975년 1월에 한국을 방문한 조셉 러브는 “경복궁의 돌을 보면 적당히 깔린 것 같지만 철저한 계산,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在美 화가였던 고 김환기 씨는 경복궁의 돌을 깐 것 같은 계산에서 우수한 작품을 제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였다(『동아일보』 1975. 1. 8.). 흥미로운 사실은 조...
상상력의 연금술사, 권옥연의 미술세계 2015.12.28
차분한 청회색의 풍부한 질감과 신비한 형태들. 권옥연의 회화하면 금새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그의 그림은 인간의 의식 저 아래서 피어 오르는 꿈의 세계 같기도 하고, 애타게 염원하는 그리움의 풍경 같기도 하다. 사물의 낮고 미세한 흔들림과 그로 인해 번져가는 몽환적 상상이 펼쳐지는 세계이다. 그래서 권옥연...
흥미진진한 집안잔치 풍속도도 볼거리 - 자연 그리고 삶: 조선시대의 회화전 2015.12.09
서울은 흔히 세계 10대도시에 손꼽힌다고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어떨까. 현대미술도 그렇지만 옛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생각난 김에 김홍도 그림 한 점을 보고 싶다고 하면 갈 곳이 뻔하다.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과 한남동 리움미술관 정도이다. 그 외에는 김홍도 그림을 보려고 해도 상설(常設)로 전시된 곳을 찾을...
시대가 요구한 감상용 시장그림의 걸작 - <조선시대 그림과 도자기>전 2015.12.01
18세기 들어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변화 중 미술에서 일어난 변화 한 가지를 꼽자면 감상화(鑑賞畵) 수요의 급증이라 할 수 있다. 그림을 감상하는 습관은 말할 것도 없이 고대부터 있었다. 하지만 극소수였다. 화가 수자도 적었을 뿐더러 종이 한축에 쌀 몇 말 값이었던 것처럼 비싼 재료비 그리고 생활상 여유...
자연이 만든 그림 - <김진관전> 2015.12.01
김진관의 그림, 선은 자연물 위에 얹힌 선이자 자연이 만든 선, 형상을 따라간 흔적이다. 동시에 그것은 생명이 발아하고 존재가 형성되어나가는 통로를 기록한 지도이기도 하다.식물의 죽음, 식물의 시신이다. 물기가 빠지고 몸체에서 분리되어 나온 이 메마르고 바삭거리며 쭈글쭈글한 낙엽, 줄기는 죽은 식물이다....
추사 학예의 동반자 유최관 첫 재조명 2015.11.28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말년을 보낸 과천에 자리 잡은 추사박물관에서는 매우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정희와 가까이 지내며 학예의 동반자였으나 그동안 호와 이름 등 단편적인 자료만 알려져 있을 뿐 실제적인 면모를 알 수 없었던 정벽(貞碧) 유최관(柳最寬, 1788-1843)...
건축, 사진과 실제의 경계 넘기-리움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 2015.11.27
렘 쿨하스가 전시 총감독을 맡은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 전시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래 현대건축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이렇듯 건축에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 최고의 전통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리움이 전통건축을 대상으로 ‘한국건축예찬’이란 ...
‘에셰크의 방’에서의 선택 - <김이유>展 2015.11.11
김이유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작은 전시공간을 선택했다. 길가에 위치한 이 전시공간은 지나는 행인들이 유리창 너머로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나아가 전시장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 한다. 볼 것인가 안 볼 것인가!전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한 공간이다....
이대박물관 개관80주년 - 조선백자전 2015.11.04
요즘 사회가 그런 것처럼 대학도 격랑처럼 몰려오는 시류에 마구 흔들리고 있다고 전한다. 실적에 대한 압박과 구조 조정과 같은 찬바람 이는 단어들이 일반 사회와 다를 바 없이 거론된다는 전언이다. 돈이 되는 사일이나 업적이 되는 프로젝트에 치중할 뿐 그 외에는 오불관언이라는 말도 있다. 형편이 형편인 만큼...
한국 근대화단의 선봉 – 춘곡 고희동 50주기 특별전 2015.11.03
춘곡 고희동(1886~1965)이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18년 직접 설계하여 지었다는 한옥이 서울 한복판 관광객과 시민들이 오가는 창덕궁 옆 북촌에서 버텨 운 좋게 남아있다. 고희동은 이곳에서 41년간 생활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당대문화인들과 교류하고, 작품활동을 했다. 2000년대 초반 이 가...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고대불교조각대전> 2015.11.02
이번 전시의 부제는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이다. 이에 의하면 지구상의 일부 제한적인 지역의 불상 조각에 대한 전시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세계 불상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광범위한 범위의 불상을 다루고 있다. 불교가 전파되고 불상이 활발히 조성된 지역을 생각해보면 인도, 간다라...
교감을 꿈꾸는 그림-<윤선영>展 2015.10.28
윤선영은 화면 안에 새, 물고기, 그리고 꽃의 형상을 펼쳐놓고 그것들이 서로 엉켜있고 어우러진 형국을 연출한다. 바탕 면은 다채로운 질감을 가득 품고 있다. 그림은 무엇보다도 ‘표면의 질’이 문제다. 감각적인 피부를 성형하는 일, 그 피부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그림은 물...
타자 없는 방 - <정현展> 2015.10.26
끝이 없을 것 같은 계단을 오르며 “조각가가 이런 곳에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건, 다 지게꾼 덕분이야.”라고 되뇐다. 지게꾼이라는 직업이 있었음을 권진규 아틀리에에 이르는 계단을 오를 때 말고는 생각할 일이 없다. 버스 정류장마다 그들은 그늘에 앉아 있었다. 커다란 보따리를 든 사람이 버스...
이쾌대의 텍스트 셋; 사상가에서 로맨티시스트로 -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2015.10.21
“오랜만에 내 소식을 알리게 됩니다. 9월 20일 서울을 떠난 후 오륙 일 동안 줄창 걷다가 국군의 포로가 되어 지금 부산 100수용소 제3수용소에 있습니다. 나의 생사를 모르는 당신에게 이 글월을 보내게 되니…신병을 앓는 당신은 몇 배나 여위지 않았소. 안타깝기 한량없소이다.…이곳의 미인 수용소 소장...
마음이 꿈꾸는 정원 - <진미나展> 2015.10.14
사람의 심성은 그가 어떤 공간에 사느냐에 따라 규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주거공간인 집 또한 물리적으로 조직된 것이자 동시에 심성적으로 조직된 것이기도 하다. 그곳은 자아가 쉬는 곳이면서 자라나는 곳이며, 홀로 있으면서도 더 큰 전체를 예비하는 곳이다. 이처럼 집은 ‘개체가 세계의 유기적 전체성과 삼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