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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꿈꾸는 정원 - <진미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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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진미나展
전시기간 : 2015.10.13-19
전시장소 : 너트갤러리
글: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사람의 심성은 그가 어떤 공간에 사느냐에 따라 규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주거공간인 집 또한 물리적으로 조직된 것이자 동시에 심성적으로 조직된 것이기도 하다. 그곳은 자아가 쉬는 곳이면서 자라나는 곳이며, 홀로 있으면서도 더 큰 전체를 예비하는 곳이다. 이처럼 집은 ‘개체가 세계의 유기적 전체성과 삼투’하는 곳이며 이러한 삼투 아래 자기 자신을 형성해가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간의 인간적 가능성은, 개체와 세계, 인간과 자연, 집안 세계와 집밖 세계가 잠시 만날 때, 잠시 완성된다. 그래서일까, 자연과 적극 교감하고 자연과 자신이 유기적 연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엄정하게 깨닫고 느끼고자 하는 장소가 옛선비들의 집이자 그네들이 그렸던 산수화 속의 집이다. 알다시피 전통산수화에는 항상 집이 등장한다. 그 집은 주변과 조화롭게 어울려 자연과 서로 이어지면서 우주론적 테두리에 열려있다. 절묘한 지점에 자신들의 거주공간을 안착시킨 것이다. 그리고는 주변에 동경하는 나무와 꽃을 심었다. 선비들은 자연을 가장 바라보기 좋은 곳, 장소에 집을 지어 창을 내는 한편 정자나 누를 세웠다. 그 안에서 칩거로 인한 고독의 시간을 감내하는 한편 자연의 어떤 모습을 보기를 간절히 열망했을 것이다. 이는 자연의 무한 영역에 자신을, 주체의 감각과 사고를 열어두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인간이 절대적 주체의 자리임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성의 타자성'에 참여하는 것이며 동시에 '지금 여기 살아있음'을 깨닫는 일이었을 것이다. 


진미나, 내 안의 섬, 45.5x53cm, 캔버스위에 혼합재료, 2015


 진미나(너트갤러리, 10.13-19)의 그림은 그런 산수화, 선비들이 주거공간을 퍼득 떠올려준다. 인적이 지워진 자리에 자연과 집만이 홀로 남아 독대하고 있는 그림, 아니 둘의 관계성만이 처연하게 드리워진 그런 그림이 연상되는 것이다. 그것은 다분히 도가道家적인 그림이다. 인간의 삶과 문화를 지운 자리에, 세속의 인연을 단호하게 끊어버린 자리에 집 주인마저 자취를 감춰버린 그림이다. 비우고 덜어내 버린 어떤 정신의 자락을 감촉시킨다. 지상에서 위로 융기한 집과 그 주변으로 무심하게 잎사귀를 퍼트린 나무들이 벌린 손가락처럼 자리하고 있다. 화면에는 적막한 느낌을 부여하는 단색이 벽처럼 마감되어 있고 그 위로 예민한 직선으로 자존하는 집과 점으로 울울한 나무가 서있다. 오로지 집과 나무만이 존재하는 기이한 풍경이다. 구체적인 형태들이 존재하지만 더없이 추상적이고 매우 단순하다. 볼륨과 질감, 원근과 그림자가 부재한 풍경이다. 그것은 외부세계의 구체적 대상을 재현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있다. 단지 선과 점으로 환원시키고 축약시킨 흔적이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직선, 기학학적 선으로 집의 윤곽만이 그려졌고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에 뒤척이는 나뭇잎은 미점米點으로 찍혀있다. 흡사 점묘법이나 인상주의자들이 빛의 자락을 쫓던 그 붓질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그림에는 시간이 없다. 빛과 그림자가 증발되어 버린 텅 빈 장소다. 분명 현실계의 어느 장소를 연상시켜주면서도 그로부터 자꾸 빠져나가 가상의 평면에 존재하는 기호화된 풍경을 지도처럼 그려 보인다. 선과 점으로 그려진 지도그림말이다. 이 관념적인 풍경은 반복되며 거의 동일하다. 다만 집과 나무의 위치와 방향, 집과 나무가 많고 적음의 미묘한 차이가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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