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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 사진과 실제의 경계 넘기-리움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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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근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

전 시 명 :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 전
전시기간 : 2015.11.19.-2016.2.6
전시장소 : Leeum 삼성교육문화센터

   렘 쿨하스가 전시 총감독을 맡은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 전시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래 현대건축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이렇듯 건축에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 최고의 전통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리움이 전통건축을 대상으로 ‘한국건축예찬’이란 제하의 기획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렘 쿨하스가 자기 작품의 특징으로 언급한 ‘유연하고 투명한 흐름’이 이번 한국의 전통건축을 다룬 전시공간 구성에서 그 가치를 한껏 발휘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건물 내부에 비탈길, 계단, 꺾인 축선 등을 설정함으로써 내부공간에서 추구한 운동의 변화가 한국건축 외부공간의 특성과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는 것이다. 즉, 걸개사진-해인사 일주문, 대형 흑백사진-종묘 정전, 건축모형-부석사 무량수전 등을 각기 전시실 입구의 비탈길, 엘리베이터홀, 계단에 차례로 배치한 결과 현대 미술관의 내부공간과 한국전통건축 외부공간의 절묘한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땅의 깨달음’이란 부제의 이번 전시는 하늘, 땅, 사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 편에서는 ‘침묵과 장엄’의 장소로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종묘 등 다섯 장소를, 땅 편에서는 질서의 건축으로 창덕궁, 수원화성 등 두 장소를, 사람 편에서는 삶과 어울림의 공간으로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 등 세 장소를 차례로 보여주고 있다.


주명덕 <양동마을>의 전시 모습


    전시실로 들어서면,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죽 벽면에 대형 사진을 걸었다. 사진 옆 모니터에서는 20여 장의 사진이 쉼 없이 바뀌고 있는가 하면 전시해설문 옆 모니터에서는 3D스캔영상이 되풀이해서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3부 전시구성은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꾸며졌는데, 건축모형이나 건축도면 패널을 보완하여 건축의 실제를 함께 보여주려 하였다. 건축사진전 본래의 의도인 예찬받을만한 감동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1부에서는 해인사 장경판전 지붕 위로 내리는 눈과 설경 장면을 포착한 주명덕, 막새기와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사이로 보이는 다보탑 장면을 포착한 서헌강, 솔밭 아래 3겹의 낮은 울타리 안에서 진신사리 보장처인 금강계단이 찬란하게 빛나는 장면을 담아낸 구본창, 키큰 나무의 품 아래에서 지붕을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안개 속 건물이나 어슴푸레한 빛 속에 막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종묘 정전을 담아낸 배병우 등 작가의 사진이 감동을 자아낸다. 상영 시간 30분인 박종우 감독의 3채널 영상 ‘장엄한 고요’는 경쾌한 소리와 특유의 영상미로 관람자를 종묘제향의례의 세계로 몰입하게 한다. 여기에 더하여 리움 소장의 용두보당, 아미타불화, 용머리형 토수와 풍탁, 금동대탑-3D스캔사진과 디지털 돋보기 영상- 등을 한 방에 모아 전통사찰의 장엄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배병우 <종묘> 등 전시실 모습



구본창 <통도사> 전시 모습


    아래층에 마련된 2부 전시에서는 ‘영화당에서 바라본 부용지 설경’으로 대표되는 배병우의 창덕궁 사진과 서장대 아래 성체의 장중미를 잘 표현한 김재경의 수원화성 사진이 전시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대 석당박물관에서 빌려 온 「동궐도」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빌려 온 「규장각도」가 기획자의 의도인지 몰라도 과거로부터 건축의 ‘원형’을 소환해 온 탓에 감동보다는 사실에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정조의 현륭원 행차를 그린 「화성능행도병」 중 「서장대야조도」와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서장대성조도」도 김재균의 사진을 만나 현실로 소환되고 마침내 복원된 화성의 일부가 되고 있다. 1부 전시에서 선보인 동아대 소장 「해인사도」나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통도사전경도」 는 물론 2부에서 별도의 방에 전시한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의 『숙천제아도』 는 특정 시기의 건축 원형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다. 더구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가져 온 「경복궁과 육조거리 모형」은 한양도성의 역사와 원형을 강력하게 환기시킨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도시적 스케일의 사진은 전시되어 있지 않다.


동궐도


    3부 전시에서는 「안동호 건너 시사단에서 바라보이는 도산서원」의 설경을 눈앞에 대면시키 듯 포착한 김도균, 광풍각 기둥 사이로 내다보이는 소쇄원의 풍광을 한 장면으로 포착한 구본창, 눈덮인 산과 눈덮인 기와지붕이 하나로 된 마을을 정감있게 포착한 주명덕 등 세 작가의 사진을 중심으로 ‘삶과 어울림의 공간’을 드러내려 하였다. 여기서는 『소쇄사실』에 수록된  「소쇄원도」를 전시하여 소쇄원의 원형을 추정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광풍각의 조립과정을 CG로 상영하고, 양동마을 향단의 안팎을 VR로 감상할 수 있도록 아이패드 3대를 설치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리움 소장 「경기감영도병풍」을 전시하고 이를 DID로 조작하여 확대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조선후반기 서대문밖 경기감영과 주변 마을의 모습 나아가 그림 속 인물과 풍속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 ‘조선시대 궁궐건축과 도면’을 터치스크린 모니터에, ‘디지털 아카이브-근대를 기억한다’를 4채널 영상에 각각 담아 아카이브 전시를 융합하였다. 전시 동선의 맨 끝에 나란히 전시된 ‘유첨당’과 서도호의 ‘북쪽 벽’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통건축에 대한 재해석의 실례를 보여준다. 전자가 전통가옥을 목조와 철골로 재구성한 방식이라면, 후자는 한옥의 측벽을 폴리에스테르 천으로 떠낸 방식이다. 


경기감영도 병풍(리움 소장)


    이번 전시는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추진해 온 사진집 『땅의 깨달음-한국건축』 전 10권 발간과 연계된 전시”이다. 그래서 사진작가의 건축사진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연출되었다. 여기에 다양한 시각매체를 동원하여 건축사진전의 묘미를 배가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주관이 강한 독창적 사진가들의 건축사진이 건축도면, 모형, 조립과정 CG같은 매체들과 조화되기란 쉽지 않다. 또 특정시기에 제작된 유물을 사진가의 작품과 배합한 전시는 특정 시기의 건축 원형을 상기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감동이나 예찬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데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이번 전시가 남긴 의외의 소득이 있다면 “사진과 실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방식이 과연 건축전으로 유효한가” 라는 의문에 우리가 응답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글/ 이강근(서울시립대)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8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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