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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감을 꿈꾸는 그림-<윤선영>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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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윤선영展
전시기간 : 2015. 10. 28 ~ 11. 3
전시장소 : 서울 갤러리엠
글: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윤선영은 화면 안에 새, 물고기, 그리고 꽃의 형상을 펼쳐놓고 그것들이 서로 엉켜있고 어우러진 형국을 연출한다. 바탕 면은 다채로운 질감을 가득 품고 있다. 그림은 무엇보다도 ‘표면의 질’이 문제다. 감각적인 피부를 성형하는 일, 그 피부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그림은 물감과 여러 흔적으로 환생한 화면이 감각과 메시지를 발화한다. 

윤선영의 화면은 세필로 수많은 시간 덧칠해서 이룬 표면이 있는가 하면 두터운 물감의 층으로 밀어올린 부분, 날카로운 도구로 상처를 낸 부위, 그리고 그림과 색 면 등이 공존하거나 문자와 이미지, 모호한 흔적과 구체적인 형상 등이 서로 길항하고 있다. 상대적이고 대조적인 부분들 간의 조화가 눈에 들어온다. 유화물감과 오일파스텔로 이루어진 화면은, 그림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톤, 파스텔 색조의 따사로움으로 충만하다. 중간색조의 색 층이 도포되어 있으며 다양한 표면의 성질 속에 배치된 형상의 윤곽선을 흰색 오일 파스텔이 마감하고 있다. 

그 배경을 등지고 네 개의 둥근 잎사귀를 지닌 꽃들과 단순하게 약호화한 물고기, 새, 나비 등의 형상이 부유한다. 사실 이 대상들 간의 차이는 무의미해 보인다. 결국은 동일한 존재로 뒤섞여있다. 꽃에서 새나 물고기가 자라나오고 물고기에서 새, 나비 등이 부풀어 오르는가 하면 서로 한 덩어리로 모여 있기도 하다. 배경 역시 하늘인지 물인지 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 모든 현실적인 경계는 다 지워지고, 존재들 간의 차이점도 사라진 모종의 상태가 제시되는 그림이다. 장자(莊子)적 세계관이 얼핏 드러나는 지점이다. 작가는 그것을 ‘교감’이라 칭한다. 작품의 제목이 ‘교감’이란 얘기다.


윤선영, 교감-0862. 162.2x130

새나 물고기, 나비, 꽃은 동물과 식물이기 이전에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마도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그런 이상적인 상태를 동경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그림을 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들 존재에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새 혹은 물고기의 모습을 닮은 다양한 사람들의 눈을 떠올리면서 그림을 그리고 그들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사연을 문자로 기술한다. 감각적인 드로잉 선을 닮은 문자는 씨앗처럼 흩어진다. 가독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면서 미끄러진다. 

그것은 이미지로 전달하기 어려운 사연을 가시성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내밀한 사적 내용을 외국어로 기술하면서 슬쩍 은폐하기도 한다. 따라서 작가의 그림은 지극히 내밀한 감정이나 사정을 이미지와 문자 등을 빌어 표현하는 차원에서 발생한다. 사실 모든 그림은 그런 욕망에서 불거져 나온다.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려는 이 지난한 노력이 그림을 그림이게 한다. 그것은 정답도 없고 결코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러나 그러한 표현행위가 없다면 인간의 삶은, 예술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윤선영의 그림은 자연계의 뭇 생명들이 서로 교감, 공존하는 이상적 순간을 상징적으로 그리고자 했다. 동시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화면을 다채로운 표정으로 만들어 그 표면이 발생하는 감각을 전달하려 한다. 또한 작가는 사람들의 얼굴,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깃든 새와 물고기의 형상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이 지금의 그림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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