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의 매화와 고람의 제 2019.11.20
세로 109cm, 가로 21.3cm의 길쭉한 화폭에 담백하게 여백을 두고 그린 매화도이다. 하단을 가로지르면서 굵은 가지 두엇이 자라나 위 아래로 뻗으며 활짝 꽃을 피워낸 묵매. 구불거리며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가지는 유연하면서도 가벼운 리듬을 가지고 있다. 우아한 멋을 가진 이러한 매화는 청나라 회화의 ...
여울목을 내려다보다 - 김홍도 <암거천관> 2019.11.06
김홍도(1745-?)의 그림 5점과 경산 이한진(李漢鎭, 1732-1815)의 글씨 16면으로 이뤄진 『영정첩寧靜帖』이라는 합벽첩에 포함된 인물 그림이다. 한 인물이 바위 위에서 냇물을 바라보는 관수도 주제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포함해 개자원화전의 ‘고운공편심(高雲共片心)’과 유사한 많은...
누각에서 풍류를 즐기는 무신 - 김희겸 <석천한유> 2019.10.23
한 인물이 높은 정자 누마루에 앉아 기생들의 음악과 술시중을 받으며 여름철 하루를 니나노 중이다. 냇가에서 씻기고 있는 말이 애마인듯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사람의 머리 위 기둥에 걸린 칼자루, 손등에 얹은 사냥매로 이 사람이 높은 관직의 무관임을 알 수 있다. <석천한유> 즉, 석천...
청계 정종여가 펼친 지리산의 구름바다 2019.10.16
청계 정종여(鄭鍾汝, 1914~1984)는 월북화가 중 그 수가 몇 되지 않는 동양화가이다.북한에서 그는 민족적 주체 미술양식이라고 내세워졌던 조선화의 정립에 기여하여 평양미술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는 등 높은 지위에 있었다.국내에서는 유족의 노력으로 치러진 1989년의 회고전 《청계 정종여전》 이후, 19...
섬세한 설채로 그린 심사정의 유압도 2019.10.08
현재 심사정, <연지쌍압도(연꽃 연못의 두 오리)>, 비단에 옅은 채색, 142.3 x 72.5cm, 1760년,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파교심매도, 강상야박도 등의 문인화로 유명한 심사정이 문인화를 벗어나서 그린 오리 그림이다. 그의 나이 54세, 화가로서 기량이 물올라 있을 때, 아마도 그는 ...
18세기 말의 플렉스, 십우도 2019.10.02
그림 안에 중 유일하게 조선의 복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서직수(1735-1796)라는 인물이다. 그가 49세 되던 1783년에 자신의 호인 십우헌十友軒의 십우를 소재로 화가 이인문에게 아회도를 부탁했다. 서직수가 좋아하던 역사인물들을 결합하여 가상의 아회를 그린 것이다.서직수는 밀양부사를 지낸 서명인의 ...
동정호에 비친 가을 달 2019.09.11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산수화 전시에서는 한중일의 소상팔경도를 비교하며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 방문했던 명나라 대가 문징명(1470-1559)의 소상팔경도 중에서 동정호에 비친 가을달을 그린 그림이 있다.간단하게 물결을 몇개의 선으로 나타내고 호수 가장자리의 나무를 구석에 그려 경계를 암시했을 ...
가는 여름을 붙잡는 흰 연꽃 그림 2019.08.30
윤양근(尹養根)은 생몰년, 생애가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로 18세기에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심사정의 화풍과 비슷한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산수영모화첩 중의 연꽃, 국화, 그리고 산수화 몇 점을 통해서 그의 솜씨를 짐작할 뿐이다.능숙한 필치와 대담한 구성으로 시원한 화면을 보여주...
가을 계곡,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물안개 - 변관식 <계정추림> 2019.08.20
저녁 바람이 선선한 데다 추석도 성큼 다가와서 올 여름이 고맙게도 빨리 마무리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가을 계곡에는 여름의 시끌벅적함과 생기 대신 물기를 잃어가는 나뭇잎의 바람 소리와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가 채우게 됩니다.변관식(卞寬植 1899~1976) <계정추림谿亭秋林> 1923년 비단에...
연객 허필의 금강산 부채 그림 2019.08.13
한낮 더운 날씨에 밖을 다니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도 에어컨과 선풍기에 자리를 내어준 부채가 이제 밖에서도 잘 눈에 띄지 않게 됐네요. 선풍기보다 친환경적이고 팔운동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햇빛 가리개 역할도 해 줄 수 있는 부채가 유행을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
더위를 잊는 놀이 삼매경 <쌍육삼매> 2019.08.07
조선 후기 풍속화 3대가 중 한 사람인 신윤복이 풍속도 화첩인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을 통해 남긴 풍속도는 총 30점입니다. 한량들이 기방에서 기녀들과 마시고 노는 유흥 장면, 혹은 선비와 여인들의 은밀한 로맨스 장면을 세련되고 섬세한 선과 맑고 부드러운 채색으로 화사하게 표현한 그림들로, 92년 국보로...
장원급제 경력의 개성관원 넷이 만든 용두회의 기록 2019.07.26
때는 1612년, 당시 송도로 불리던 개성에 근무하던 관원 중 특이하게도 장원급제를 한 사람이 넷이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만들고 이 모임의 이름을 ‘용두회(龍頭會)’라고 지었습니다. 용두회라는 낯간지러운 이름은 고려시대에 성행하던 것을 계승한 것입니다. 1-2폭 태평관, 화담3-...
태풍이 몰아치듯 포효하는 용 - 나옹 이정 <용호도> 2019.07.24
조선 중기 화가인 나옹 이정(李楨 1578∼1607)은 화원 집안 출신으로, 할아버지 이상좌, 아버지 이숭효와 작은아버지 이흥효도 모두 화원이었습니다. 과음으로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하여 화업을 크게 남기지 못했지만 ‘열 살에 이미 대성하여 산수, 인물, 불화를 모두 잘 그렸다’고 하며, 남아있는 그림들...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푸른 꽃 수국 2019.06.26
출근길 골목의 수국이 연한 녹색으로 피더니 어느새 흰색, 밝은 파랑색을 거쳐 자색이 돌기 시작합니다.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탐스럽게 피어난 모습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 매력 때문에 매해 수국 화분을 집에 들이시는 분들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흙의 성질에 따라 그 색이 더 붉게도 더 푸르게도...
벼슬아치들의 신고식, 면신례의 최종 결과물 <계첩도> 2019.03.25
남산 북쪽 기슭 골짜기에 있던 ‘천우각’에서의 나들이 장면을 그렸습니다. 나무에 불긋한 기운이 색칠되어 있는 것은 가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진재(眞宰) 김윤겸(金允謙 1711~1775)이 그린 그림이고, 명필로 이름이 높았던 조윤형이 글씨를 쓴 『금오계첩』 중에 들어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남아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