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 김희겸 <석천한유> 종이에 채색, 119.5x82.5cm, 홍주성 역사관(담양전씨 후손 기탁),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27호
한 인물이 높은 정자 누마루에 앉아 기생들의 음악과 술시중을 받으며 여름철 하루를 니나노 중이다. 냇가에서 씻기고 있는 말이 애마인듯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사람의 머리 위 기둥에 걸린 칼자루, 손등에 얹은 사냥매로 이 사람이 높은 관직의 무관임을 알 수 있다. <석천한유> 즉, 석천이라는 사람이 한가롭게 놀고 있는 이 그림은 야외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을 그린 드문 그림이다.
세로 120cm에 가까운, 풍속화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사이즈가 크다. 주인공 인물의 실감나는 얼굴, 들고 있는 매, 문방사우와 악기 묘사, 강아지 두 마리의 모습, 여인들의 한복 옷차림의 주름과 바림, 말과 강아지 등 동물의 묘사, 계단과 기둥 등에서의 어색한 건물 표현 등 들여다 볼 거리가 많다. 채색, 사이즈, 제재 등에서 이와 유사한 예가 드문 것도 이 그림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림 좌측에 戊辰六月日製이라는 관지를 써서 1748년(영조 24년) 6월에 그린 것이라고 기록했다. 인장은 ‘김희겸(金喜謙)’. 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불염재(不染齋) 김희겸(金喜謙, ?-1763이후)은 조선 후기의 화가로 영조 24년에 어진을 개모할 때 참여하여 그 공으로 사천현감을 지내기도 했다. 실력에 비해 생애나 작품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초상화의 전신(傳神)에 뛰어났다고 알려져있으며 산수도ㆍ산수인물도ㆍ초충도 등이 전해진다.
이 그림을 초상화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인물의 세밀한 묘사 덕분인지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초상화의 비밀>에서 전시되었다. 또, 그림 중 한 여인이 사용하는 악기 묘사로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우리 악기 우리 음악> 전에서도 보여졌다.
그림의 주인공은 석천石泉 전일상(田日祥, 1700-1753). 해골선으로 유명한 전운상의 동생으로 집안이 대대로 무관을 지냈고 전일상 본인도 전라 우수사, 경상좌병사 등을 역임한 조선 후기 무신이다.(『영조실록』에 “전라좌수사 전운상이 해골선을 지었는데, 몸체가 작고, 가볍고 빨라서 바람을 두려워할 염려가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해골선은 조선 후기에 등장한 주목할 만한 군선이었다.) 이 무렵 문신들과 마찬가지로 무신들도 자신의 취미와 재력 등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컸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