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름 꽃 맨드라미 - 이방운의 화훼 초충도 병풍 2017.09.26
여름 꽃이라 하지만 9월 하순으로 넘어가는 이맘때에도 피곤 해서 여름이 끝나는 표지 같은 느낌이 드는 꽃 맨드라미. 수탉벼슬같기도 하고 털이 부슬부슬한 거 같기도 한 특이한 표면을 가진 이 꽃은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다지 인기있는 꽃은 아닌 것 같습니다.조선후기 화조화에서 종종 볼 수...
부엉이가 지키는 농가의 깊은 가을밤 - 변관식 <농가만추> 2017.09.19
근대기 전통회화를 이어나갔던 4대가 중 한 사람인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1899-1976)의 가을풍경 그림입니다. 변관식은 18세에 그의 외할아버지인 조석진이 교수로 있던 서화미술원에 입학하여 그림 수업을 쌓았습니다. 78세로 타계하기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화풍의 변천을 보여주었는데, 이 그림의 ...
편안한 노년을 바라는 그림일까 - 장승업의 <노안도> 2017.09.13
노안도는 갈대(蘆)와 기러기(雁)를 그린 그림입니다. 늙어서 편안하게 지내기(老安)를 바라는 의미로 19세기에 많이 그려졌습니다. 장승업 또한 노안도를 많이 그렸는데, 그중 이 그림은 그가 그린 기러기 중에 필치가 단순화되어 현대적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갈대도 몇 줄기로 간단히 표현하여 무슨 식물인지...
좋은 꿈으로 등장해 주시길 <의룡도> 2017.09.06
동물의 왕이 사자라지만, 사실상 상상의 세계에서 동물의 왕은 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의 『광아 廣雅』라는 책에는 용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용은 인충(鱗蟲) 중의 우두머리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
녹음은 짙어지고 꽃은 시드네 - 이인문의 연꽃그림 2017.08.22
송계한담, 강산무진도 등으로 유명한 이인문의 연꽃 그림입니다.시원시원한 필치로 시들어가는 연꽃과 잎을 표현했는데, 농묵과 발묵만으로 표현된 연잎이 인상적입니다. 반대편에는 대조적으로 외곽선만으로 연꽃을 그려 대각선의 단순한 구조에서도 리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우상단에 써 있는 화제는 다음과 같습니다.魚...
시원한 강바람 불어나오는 현대적 수묵 - 성재휴 <강변산수> 2017.08.01
서병오와 허백련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던 풍곡 성재휴(豊谷 成在烋 1915-1996)의 1950년작 <강변산수>입니다.성재휴는 의재 허백련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지만 전통적인 산수화 필법을 넘어서 자유분방한 구도와 적(赤)․황(黃)․청(靑) 삼원색의 대비 등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낸 화가입니다...
행복과 장수를 주관하는 <수노인> 2017.07.12
달마도로 유명한 조선 중기 도화서 화원이었던 김명국은 1636, 1643년 두 차례에 걸쳐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산수와 인물화를 잘 그렸지만 이 그림과 같은 도교의 그림, 선종화로 유명합니다. 일본 야마토분카칸 소장의 <수노인도> 는 김명국의 다른 수노인도보다 일본 취향이 짙은 ...
깊은 산 장맛비가 내리는데 - 이인상 <와운> 2017.07.04
파도 같기도 하고 연기 같기도 한 소용돌이가 한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이 그림은 영조시대 대표적인 문인화가인 능호관 이인상(凌壺觀 李麟祥 1710~1760)의 <와운渦雲>으로, 소용돌이치는 것은 구름입니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구도와 붓질에 그 안에서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생겨날 듯한 에너...
오묘하게 변화하는 초여름의 수국 2017.06.27
여기저기 수국이 한참입니다. 수국은 땅에 따라서도 색이 다르고, 또 같은 자리에 피어 있으면서도 계속 그 색이 묘하게 바뀌지요. 대개 처음에는 연한 자주색이던 것이 하늘색으로 되었다가 다시 연한 붉은색을 띱니다. 일본에서 개발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꽃이라고 하는데, 그 화려함 때문에 관상용으로 인기가 ...
금분대신 송화로 그린 황죽도 2017.06.13
어두운 종이에 황금색의 대나무가 그려져 있습니다. 김세록의 죽보 16폭 중 황죽도 한 폭입니다.대나무라고 하면 세종대왕의 현손(증손자의 아들)인 탄은 이정(灘隱 李霆 1554~1626)이 유명하지요. 이 그림을 그린 위빈 김세록(渭濱 金世祿, 생몰년 미상. 16세기 말~17세기 중)은 그 이정의 조카입니...
손으로 더듬어 물고기를 잡다 <수탐포어> 2017.05.31
윤두서(1668-1715) <수탐포어도> 비단에 담채 27.0x25.5cm 간송미술관수탐포어手探捕魚. 손으로 더듬어 물고기를 잡다.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웃옷을 벗고 냇물에 들어앉아 있습니다. 손을 물 아래로 넣고 이리저리 휘젓는 모습인데, 아버지는 한 마리의 물고기를 갈대에 꿰어 ...
권력과 이상향 - 정선 <장동팔경도> 2017.05.16
중국의 소상팔경 이후에 '팔경'이라고 하면 여덟 개의 경치가 아닌 어떤 이상에 가까운 곳의 경치를 의미하게 되었지요.관동팔경, 단양팔경 등등,주변에 멋진 장소가 있으면 어디어디 팔경으로 이름붙여 그 곳을 찾는 이의 경치 감상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선진적인 방식인 것 같습니다.'장동(壯洞)'은 인왕산과 백...
고요한 산사에서 졸음을 허하는 스님 - 유숙 <오수삼매> 2017.05.02
아침 일찍 절에 가 보면 이미 스님들이 절집 마당에 빗자루질 자국을 남겨 놓으신 걸 보게 됩니다. 조계종 종정이셨던 성철 스님이 강조한 수좌 규칙에는 간식을 탐하지 않는다(!)와 잠을 적게 잔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좌 스님들은 새벽2시에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고 하니 명정한 정신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
요절한 천재의 대표작 <노란 저고리> 2017.04.12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 소장품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김종태의 <노란 저고리>입니다.김종태 <노란저고리> 1929 캔버스에 유채, 52x44cm, 국립현대미술관회산(繪山) 김종태(1906-1935)는거의 독학으로 유화를 공부하여 한국 미술계에서는 다소 뜬금없이 출현한 작가 중 한 사람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고사관해> 2017.04.05
수묵으로 된 굵지 않은 필선에 담채로 맑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입니다.꽃나무에 붉은 꽃이 피어나는 계절, 바닷가의 절벽에 한 선비가 뒷모습을 보이며 걸터앉아 있습니다.저 멀리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흔치 않은 소재입니다.보통 이런 산수화에 등장하는 고사들은 폭포나 계곡물을 보는 일이 훨씬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