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 <고사관해高士觀海> 지본담채 42x29cm 개인
꽃나무에 붉은 꽃이 피어나는 계절, 바닷가의 절벽에 한 선비가 뒷모습을 보이며 걸터앉아 있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흔치 않은 소재입니다.
보통 이런 산수화에 등장하는 고사들은 폭포나 계곡물을 보는 일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이 고독한 선비를 기다리는지, 절벽으로 올라오는 길 한쪽에 당나귀 고삐를 쥐고 있는 시동이 있습니다.
절벽 아래 꼬부랑 길을 따라 길가던 선비가 갑작스레 나타난 뻥 뚫린 풍경에 겸사겸사 널찍한 절벽에 올라앉아 다리쉼을 하나봅니다.
바다 너머로 그리운 사람들을 보낸 이에게는 바다는 그저 시원한 풍경만은 아니겠지요.
넓은 세상을 꿈꾸는 호연지기보다는 왠지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선비의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