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국 <수노인도> 1643년, 종이에 수묵, 88.2x31.2cm, 일본 야마토분카칸
달마도로 유명한 조선 중기 도화서 화원이었던 김명국은 1636, 1643년 두 차례에 걸쳐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산수와 인물화를 잘 그렸지만 이 그림과 같은 도교의 그림, 선종화로 유명합니다. 일본 야마토분카칸 소장의 <수노인도> 는 김명국의 다른 수노인도보다 일본 취향이 짙은 느낌입니다. 그곳에 있으면서 수많은 그림 요청을 받고,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그려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노인(壽老人)은 인간의 행복과 장수를 주관하는 신입니다. 남극노인이라고도 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른 수노인의 외관상의 특징은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머리는 이상하리만큼 길어서 몸의 거의 절반이나 차지했다. 도사 같은 복색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노인은 엄청난 술꾼이어서 한번 술집에 들어가면 마치 술로 목욕을 할 만큼 많이 마셨는데 결코 취하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에게 수노인의 초상은 대단히 친숙한 존재여서 공예품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긴 대머리와 우아한 미소로 잘 알아볼 수 있지요.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불가사의한 풀을 매단 지팡이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손에는 서왕모의 반도(蟠桃 먹으면 장생을 하는 신비한 복숭아)를 가지고 있고, 때로 수사슴을 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