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玄齎) 심사정(沈師正 1707~1769) <의룡도醫龍圖> 지본수묵 25 x 33.3 cm 서울대학교박물관
동물의 왕이 사자라지만, 사실상 상상의 세계에서 동물의 왕은 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의 『광아 廣雅』라는 책에는 용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용은 인충(鱗蟲) 중의 우두머리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81개의 비늘이 있는데 그 소리는 구리로 만든 쟁반을 울리는 소리와 같고,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있고, 턱 밑에는 명주(明珠)가 있고, 목 아래에는 거꾸로 박힌 비늘(역린逆鱗)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박산(博山 : 공작꼬리무늬같이 생긴 보물)이 있다.”
모습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능력 또한 대단한데, 특히 물과 깊은 관계가 있어 수신(水神)의 역할을 합니다. “용은 물에서 낳으며, 그 색깔은 오색(五色)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는 신이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아질 수도 있고, 커지고자 하면 천하를 덮을 만큼 커질 수도 있다. 용은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아래로 들어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으로 잠길 수도 있는 변화무일(變化無日)하고 상하무시(上下無時)한 신이다.”(管子 水地篇)
우리나라에서는 용을 ‘미르’라고 하여 ‘미리(豫)’와도 뜻이 통합니다. 용이 등장하는 문헌·설화에서 보면 용의 등장이 반드시 어떠한 미래를 예시해주고 있음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개술서인 ≪문헌비고≫에 보면 신라 시조 원년으로부터 조선조 1714년(숙종 40) 사이에 무려 29차나 용의 출현에 관한 기록이 나옵니다. 이들은 대개 태평성대, 성인의 탄생, 군주의 승하, 큰 인물의 죽음, 농사의 풍흉, 군사의 동태, 민심의 흉흉 등 거국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나타났다는 것들입니다.
심사정의 그림 중에는 특이하게도 어떤 사람이 용의 턱 주변을 건드리는 듯한 그림이 있습니다. 이는 <의룡도>로 전해지는데, 어떤 이야기를 그린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용에게 침을 놓는 간 큰 의원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용의 역린이나 수염을 뽑으려는 것일까요? 옆에서 구경하는 이와 호랑이는 왜 등장해 있는 것일까요? 화가는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요? 어떤 이의 부탁 때문일까요?
여러 가지 의문이 드는 독특한 그림입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특히 어수선한데, 꿈 중에는 용꿈이 가장 좋다하니 모두들 용꿈을 꾸시고 태평성대를 불러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