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운(李昉運, 1761∼1815 이후) <화훼초충도>, 6폭병풍, 지본담채, 각 59.2x34.2cm, 선문대학교박물관
여름 꽃이라 하지만 9월 하순으로 넘어가는 이맘때에도 피곤 해서 여름이 끝나는 표지 같은 느낌이 드는 꽃 맨드라미. 수탉벼슬같기도 하고 털이 부슬부슬한 거 같기도 한 특이한 표면을 가진 이 꽃은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다지 인기있는 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선후기 화조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소재인 맨드라미가 그려진 이 그림은 김홍도보다 16살 어렸던 화가 기야 이방운(李昉運, 1761∼1815 이후)이 남긴 병풍 중의 한 폭으로 선문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화면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맨드라미 꽃, 위에는 잠자리가 날고 있고, 지나가던 고슴도치가 오이 하나를 찔러 얹고 가고 있습니다. 허전한 하단은 귀뚜라미 세 마리가 채워줍니다.
이 병풍의 나머지는 철쭉과 꿩, 국화와 사마귀, 수선화와 두견새, 수국과 백합과 벌, 모란과 딱따구리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방운은 심사정과 인척관계(이방운의 종조부의 처조카가 심사정)였다고 하며, 산수화면 산수화, 인물화면 인물화 모두 잘 그렸던 다재다능한 화가였습니다. 아마도 몰락한 양반가 출신으로 직업화가처럼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문인화가들의 경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간략하고 재빠르면서 부드러운 필선와 투명한 채색으로 독특한 감각적 화면을 연출합니다. 어떻게 보면 치밀하거나 섬세하거나 에너지가 부족한 면이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