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1676-1759), <장동팔경도> 종이에 수묵담채, 각 33.7x29.9cm, 국립중앙박물관
관동팔경, 단양팔경 등등, 주변에 멋진 장소가 있으면 어디어디 팔경으로 이름붙여 그 곳을 찾는 이의 경치 감상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선진적인 방식인 것 같습니다.
'장동(壯洞)'은 인왕산과 백악산(북악산) 일대, 즉 경복궁 북쪽과 서쪽을 이르는 지역으로, 당시 권문세가들이 거주하던 한양 최고의 주거지였습니다.
이곳에 살던 나라 제일의 화가 정선은 이 장동에서 문인들이 많이 찾던 명승지 여덟 곳을 소재로 하여 <장동팔경도>를 그렸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과 간송미술관 소장 두 가지의 장동팔경도 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장동팔경도입니다. 아래 그림인 창의문, 백운동 외에도 취미대, 대은암, 독락정, 청송당, 청휘각, 청풍계가 선택되어 있습니다.
창의문
백운동
대은암, 취미대
청송당, 독락정
지금도 그중 일부는 서울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당시에는 경복궁과 가까우면서 산이 깊고 물도 맑고, 조금만 오르면 한양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이중적인 장소였을 듯합니다.
권력과 가장 가까운 곳인데도 사람들은 세속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을까요.
아직도 역사의 한 복판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 동네가, 조금은 평화로운 미래를 암시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