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의 욕심 <문방구도> 2016.09.07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2016.8.13-2016.11.27) 기획전 <조선시대 연적-문인의 세계에서 노닐다 朝鮮時代の水滴―文人の世界に遊ぶ>에서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아름다운 조선시대 연적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한 켠에 연적을 그린 그림도 전시하고 있습니다.여섯 가지 ...
돛대를 잘라내고 폭풍을 이겨낸 배 <범사도> 2016.09.04
옛 그림에 배가 종종 등장합니다. 나무꾼과 나란히 은자 대접을 받는 어부가 한 사람 앉아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작은 조각배 정도입니다.그런데 이 배는 사뭇 모습이 다릅니다. 무엇을 보고 그렸는지 쉽게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관광지 유람선처럼 수차가 있습니다. 앞쪽 것은 돌아가고 있지만 뒤쪽 것...
열심히 울어서 가을을 불러다오 <매미> 2016.08.30
비로소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서늘한 바람이 불어 지낼 만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날씨라면 그토록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들의 세상도 이제 끝장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매미하며 여름이 떠오르지만 이상한 데가 있습니다. 옛 말에는 여름 매미라는 말은 없습니다. 대신 ‘가을 매미(秋蟬)가 울어...
수박에 참외, 화가의 피서법- 윤두서 <채과도> 2016.08.23
더위가 지칠 줄 모르고 연일 기승입니다. 일중 최고기온이 벌써 몇 번이나 새 기록을 갈아치웠는지 모릅니다. 피서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깨먹는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옛 그림 속에 수박이 더러 등장합니다.수박 그림을 왜 그렸냐고 하면 흔히들 씨가 많으니 ...
그림으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 김홍도 <활쏘기> 2016.08.16
다른 나라의 양궁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올림픽 금메달을 쓸어버린 날, 국궁이라도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한국 사람들은 활을 그리 잘 쏘는 걸까요? 유전자 안에 뭔가 그 답이 있는 것일까요?약 백십오년 전쯤 독일의 한 식품회사가 세계 각국 문화를 담은 시리즈 카드를 만들었...
직녀교를 몇 번이나 더 찾아갈 수 있을 거나 <쌍작보희> 2016.08.10
김홍도는 풍속화로도 유명하지만 본래 면목은 화조화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홍도 생존 무렵에는 먹이 아닌 채색으로 곱게 그린 화조화가 크게 유행을 했고 이때 크게 이름을 날렸습니다. 살림살이가 넉넉해지면 저절로 화사하고 고운 것들을 선호하게 마련입니다.버드나무 가지에 까치 두 마리가 다정히 앉아 있습니...
급물살을 헤쳐 나가듯 더위를 이겨볼까 <격단조주激湍操舟> 2016.08.04
날이 더워 축축 처지는 날에는 한탄강이나 영월 동강 급류에서 래프팅으로 스릴을 느끼며 맘껏 소리지르고, 마지막에 찬 강물 속에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격한 물결은 조용한 계곡에서의 탁족보다 더 시원하게 더위를 물리쳐 줄 것만 같습니다.傳 이인문 <격단조주(激湍操舟):격랑 속에서 물길을...
새우처럼 생기지 않아도 괜찮아, 새우면 돼 <문자도 忠> 2016.07.11
K팝은 요즘 전 세계에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코드입니다. K팝은 그냥 노래가 아닙니다. 예쁘고 잘 생긴 아이돌이 화려한 복장에 신나는 칼 군무를 곁들입니다.춤과 노래의 조합은 어디에도 있지만 K팝에는 독특하고 묘한 한국의 신명이 들어있습니다. 보고 듣고 있노라면 어깨가 들썩여집니다. 그래서 매료되는 것 아...
물기 자욱한 무논 너머 어딘가 <백로횡답> 2016.06.24
아침부터 빗발이 오락가락합니다. 장마철입니다. 우기의 경치는 어렴풋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곳은 한층 선명히 보이기도 보입니다. 물기를 품은 공기가 굴절되기라도 한 때문인가요. 물가의 백로는 예전에는 흔했습니다. 주변 어디에고 무논이 있었습니다. 또 물 대는 도랑도 많았습니다. 한 동안 잊고 지낸 풍경이지...
더위가 한방에 날아가버릴 초대형 부채 <파교심매> 2016.06.13
본격 무더위입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야 여럿입니다. 요즘은 실내 스케이트장도 인기랍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지체 높은 집안에서는 석빙고의 얼음을 얻어다 더위를 식혔을 것입니다. 석빙고 얼음이란 원래 관수용(官需用)입니다. 원한다고 얻어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옛 선비들은 그림으로 여름을 나기도...
치자꽃 아래서 펼쳐지는 공생의 평화 <초충도> 2016.06.08
봄이 짧아졌다고들 합니다. 파란 싹이 하나둘 보이는가 싶더니 금방 더위도 따라왔습니다. 내리쬐는 양광아래 풀숲은 더욱 짙어지고 그 속에 곤충들의 세계가 또다시 열릴 것입니다.이 초충도의 곤충들도 제세상인 양 총출동했습니다. 치자꽃 아래에는 개구리가 주인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옆으로 여치 방아깨비가 ...
더위가 한방에 날아가버릴 초대형 부채그림 -<협접도 선면> 2016.05.30
한 여름 무더위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점잖은 노신사 손에 들린 쥘부채가 잘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이만한 크기라면 어떨까요. 폭이 무려 74cm나 되는 부채입니다. 이를 그린 사람은 화가 김홍도입니다. 김홍도는 풍속화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무렵에는 화조화, 이른바 꽃과 새 그림으로...
달밤에 연꽃잎을 타고 가는 사람은 - <승련부해> 2016.05.24
옛 그림을 보면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제법 있습니다. 바다가 주는 장대하고 거대하며 무한한 분위기는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소재였을 겁니다. 파도를 그려내는 솜씨 또한 볼거리였다 할 수 있습니다.배를 타고 있는 인물은 당연히 많습니다. 달마 일화를 근거로 갈대 잎에 올라선 인물도 ...
학 같이 고아한 자태에 정신까지 담아 -<김이안 초상> 2016.05.16
조선은 초상화의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전신상은 드뭅니다.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는 그중 하나입니다. 18세기 문인 김이안(1722-1791)을 그린 초상화입니다.조선시대 유학자들이 평상시에 입는 심의(深衣)차림입니다. 다소곳이 손을 한데 모았고 머...
노벨상 수상작가가 매료된 민화 연꽃 2016.05.07
연꽃은 물속이 아무리 더러워도 수면 위로는 곱고 기품 있는 꽃을 피웁니다. 또 푸르고 널찍한 잎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언제나 맑고 그득하게 해줍니다.본성이 고우면 어떤 환경에 있어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상징으로 그만입니다. 불교 가르침이나 군자에의 비유는 그 때문일 것입니다. 民畵도 시작은 그랬을 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