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협접도 선면(蛺蝶圖)
화가/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
제작/ 1782년(38살)
소재/ 종이에 담채
크기/ 29.0x74.0cm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수록/ 1995년 단원 김홍도 특별전 도록
한 여름 무더위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점잖은 노신사 손에 들린 쥘부채가 잘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이만한 크기라면 어떨까요. 폭이 무려 74cm나 되는 부채입니다.
이를 그린 사람은 화가 김홍도입니다. 김홍도는 풍속화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무렵에는 화조화, 이른바 꽃과 새 그림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림에는 찔레꽃 무더기를 아래쪽에 바짝 붙여 그렸습니다. 그 위로는 큰 호랑나비 세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입니다. 다양한 포즈입니다. 옆모습도 있고 위에서 본 것도 있습니다.
이때 그의 나이 38살. 십대 후반에 이미 도화서에 들어간 솜씨이고 보면 기량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시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승 강세황도 ‘나비의 분가루가 묻어날 듯하다(蝶粉疑可粘手)’고 그림 속에 평을 했습니다.
구한말의 감식안으로 이름난 오세창 선생은 이 그림에 김한태(金漢泰 1762-1818)에 그려준 그림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김한태는 단원의 파트론입니다. 원래는 중국어 역관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마포에서 소금 장사를 해 큰돈을 벌어 장안의 부호로 손꼽혔습니다.
대부호에 어울릴 법한 부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도 있습니다. 단원이 이를 그려준 때 그의 나이 21살이었습니다. 너무 어리지 않은가요.
옛 그림을 볼 때면 이렇게 어느 한 쪽을 택해야할 순간도 있습니다. 부채라도 부치면서 생각해봐야할 듯합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