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채과도(菜果圖, 보물 481호 윤씨가보尹氏家寶 중)
작자/ 윤두서(호 공재, 1688-1715)
크기/ 30.1x24.2cm
소재/ 종이에 담채
소장/ 해남 녹우당
더위가 지칠 줄 모르고 연일 기승입니다. 일중 최고기온이 벌써 몇 번이나 새 기록을 갈아치웠는지 모릅니다.
피서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깨먹는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옛 그림 속에 수박이 더러 등장합니다.
수박 그림을 왜 그렸냐고 하면 흔히들 씨가 많으니 자손번창의 뜻이 담겨 있어 그린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옛 그림이든 현대화든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언제나 그렇게 뜻과 의미만 앞세우지는 않습니다.
흥에 겨워 놀이 삼아 그린 쪽이 상당수 됩니다. 윤두서가 남긴 정물화처럼 보이는 그림에는 과반 안에 커다란 수박이 담겨 있습니다. 그 곁에는 참외, 가지도 보입니다.
오이의 줄무늬에 음영이 처리돼있고 과반 끝부분도 살짝 먹이 가미돼 서양 화법이 도입된 흔적이 보인다고도 하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그 무렵 상당히 인기가 있었나 봅니다.
남의 집에 가 있던 것을 아들 윤덕희가 다른 그림을 주고 되찾아왔다는 내용이 전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이었을 것입니다. 집안사람 누군가 수박, 참외를 내오자 부채질 하던 윤두서가 잠깐 멈추게 하고 ‘이왕 먹을 것인데 그림이나 한 장 그려놓고 먹자’고 하지는 않았을까요. 잠시 그런 생각이 드는 그림입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