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백로횡답(白鷺橫沓)(≪병진년화첩≫중)
화가/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이후)
제작/ 1796년
소재/ 종이에 담채
크기/ 26.6x31.6cm
소장/ 삼성미술관리움
아침부터 빗발이 오락가락합니다. 장마철입니다. 우기의 경치는 어렴풋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곳은 한층 선명히 보이기도 보입니다. 물기를 품은 공기가 굴절되기라도 한 때문인가요.
물가의 백로는 예전에는 흔했습니다. 주변 어디에고 무논이 있었습니다. 또 물 대는 도랑도 많았습니다. 한 동안 잊고 지낸 풍경이지만 요즘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한강변과 지천에 만들어진 산책로에서 간혹 백로가 있는 풍경을 마주치게 됩니다.
화폭 속의 물은 그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물에 백로가 발을 담그고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 여간 선명하지 않습니다. 돌아와 주어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그 백로가 어디로 날아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기 자욱한 무논 너머 저편 어딘가는 상상 속에서 그려질 뿐입니다.
51살의 김홍도는 어느 여름날 물가의 백로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비라도 온 뒤인가 가까운 곳은 짙고 먼 곳은 흐릿합니다. 그 불투명의 공간을 백로 한 쌍이 두 다리를 가지런히 하고 우아하게 날아갑니다.
낮게 낮게 날아가는 모습에 왠지 가슴이 찡합니다. 기억에만 남은 옛 고향의 풍경을 선명하게 눈에 보여서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