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승련부해(乘蓮浮海)
작자/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1707-1769)
크기/ 25.0x30.2cm
소재/ 종이에 담채
소장/ 간송미술관
소개/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시(2016년5월 DDP)
옛 그림을 보면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제법 있습니다. 바다가 주는 장대하고 거대하며 무한한 분위기는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소재였을 겁니다. 파도를 그려내는 솜씨 또한 볼거리였다 할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있는 인물은 당연히 많습니다. 달마 일화를 근거로 갈대 잎에 올라선 인물도 자주 그려졌습니다. 간혹 가다 새우나 게를 탄 의외의 그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상큼하면서 가련한 연꽃잎 위에 올라탄 그림은 이것이 유일합니다.
그림 속에는 단서가 없습니다. 조선시대 한문교과서였던 『고문진보』에 근거가 있습니다. 북송시인 한구(韓駒)의 시「태을진인 승련도에 짓다(題太乙眞人乘蓮圖)」입니다.
북송의 문인화가 이백시(李伯時)는 태을진인이 커다란 연잎 속에 누워 손에 책을 읽는 것을 그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한구가 시를 한 수 적어 넣은 것입니다. 태을진인은 천상의 최고신입니다. 옛 책에 태을진인은 나라가 태평할 때 나타난다고 합니다.
시는 ‘태을진인의 연잎배(蓮葉舟)/건을 벗어 머리 드러내니 찬바람 스쳐간다/가벼운 바람은 돛이요 파도는 노가 되어/누워서 글을 읽으며 물결 위를 떠간다’로 시작됩니다.
현재의 그림은 시의 뜻(詩意)을 그린 것입니다. 푸른 연잎은 가녀린 연꽃이파리로 바뀌었습니다. 독서하는 모습도 물끄러미 파도를 바라보는 것이 됐습니다. 조선시대 그림 보는 재미는 이렇게 (인)문학과 뗄 레야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했습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