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파교심매(灞橋深梅)
화가/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1707-1769)
제작/ 1782년(38살)
소재/ 견본 채색
크기/ 115.0x50.5cm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본격 무더위입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야 여럿입니다. 요즘은 실내 스케이트장도 인기랍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지체 높은 집안에서는 석빙고의 얼음을 얻어다 더위를 식혔을 것입니다. 석빙고 얼음이란 원래 관수용(官需用)입니다. 원한다고 얻어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옛 선비들은 그림으로 여름을 나기도 했습니다. 한 여름철에 겨울 그림을 펴놓고 땀을 식는 것을 즐겼습니다. 좋은 사례가 이 그림입니다. 심사정은 18세기 중반을 무대로 활동한 특급화가입니다.
화조와 초충을 잘 그려 인기가 높았습니다.(전하는 그림이 많습니다) 그러나 역시 주특기는 산수입니다. 이 그림은 그의 산수 중 대표작 대열에 드는 것입니다.
눈 덮인 산속으로 나그네 일행이 길을 재촉합니다.(검게 칠한 하늘과 흰 여백의 산이 설중(雪中)을 암시합니다) 앞 계곡에는 토교(土橋) 하나가 걸쳐있습니다. 방한모를 뒤집어쓴 하인은 거문고인 듯한 짐을 을러메고 있습니다.
그림 위쪽에 제목과 낙관이 있습니다. ‘灞橋深梅 丙戌初夏 玄齋(파교심매 병술초하 현재)’라고 했습니다. 파고심매는 당나라 시인 맹호연에 관련된 운치 있는 고사입니다. 그는 늦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장안의 파교를 건너 이른 매화를 보러 갔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이 그림을 병술년 즉 그가 환갑을 맞이한 1766년 초여름에 그렸습니다. 어째서 한 여름에 겨울그림을 그렸을까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선비들 사랑방에 서화 거는 법이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효선 『멋과 韻致』참조)
거기에 “방에 서화 한 폭을 걸어두는 것이 좋은데 하춘(夏春)에는 추동경(秋冬景)을, 추동에는 하춘경(夏春景)을 즐긴다”라고 했습니다. 이쯤 되면 그림으로 여름 준비를 했다고 할 만합니다.
환갑을 맞은 현재 주변에는 운치 있는 문인이 많았습니다. 수장가로는 김광수(69살), 김광국(39)이 있었고 가까웠던 문인으로는 허필(58살), 신광수(55), 강세황(54살), 신광하(38) 등이 있었습니다. 누가 여름준비 요량으로 현재에게 설경 그림을 주문했을까요?(y)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검색에서는 심사정 설중탐매도로 해야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