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에 나들이 간 소치의 묵모란 명품 2021.08.24
화려함과 크기로 다른 꽃들을 압도하는 모란. 모란이 예로부터 그림으로도 무늬로도 많이 쓰였던 것은 그 화려함과 당당함이 풍요로움과 영화로 우리 삶에 들어오길 바랐던 사람들의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화려함을 검은 먹빛으로만 표현한 것이 묵모란 그림이다.허련 <묵모란>(8폭 화첩 중), 종이...
에도시대 화가, 사실적 호랑이에 도전하다 2021.08.04
가상 캐릭터로 만든 일본 올림픽 마스코트 미라이토와 소메이티를 보자니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두 번의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수호랑 반다비가 떠오릅니다. 귀여운 호돌이와 수호랑이가 큰 사랑을 받았던 데 비해 이번의 캐릭터는 그만큼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호랑이를 쓰지 않았다면 일...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김수철의 능소화 2021.07.27
한여름, 길을 걷다 한쪽 담장을 덮은 진녹색 덩굴에 흐드러지게 핀 주황색 꽃은 잠시 열기를 잊게 한다. 실제로 식물들은 주변의 온도를 살짝 낮춰준다. 덩굴이 쑥쑥 잘 자라서인지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게 된 능소화는 여름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붓으로 그린, 판화같은 그림 <화과산수렴동> 김덕성 외 2021.07.13
서유기의 배경 화과산 수렴동이 그림은 서유기 소설 내의 장면을 그린 것이다. 산수배경이 강조된 그림으로 동굴 안쪽의 암벽 사이에서 폭포가 세차게 내려오는 모습을 배경으로 복숭아를 따고 있는 원숭이 한 마리와 다른 원숭이들이 그려져 있다. 위쪽에는 또다른 원숭이가 절벽 사이로 놓인 다리를 건너가며 의자와 ...
김진우가 ‘써내려간' 난초와 대나무 쌍폭 2021.06.22
김진우 <묵란> <묵죽> 1919, 종이에 먹, 각 130.1x64.4cm, 간송미술관문인화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사군자 그림 중, 먹으로 그리는 대나무, 묵죽의 대가라고 한다면 조선시대에는 이정李霆, 유덕장柳德章, 신위申緯 등이 대표적으로 그 계보를 이어 왔다. 1920~1930...
세 친구가 함께 만들어낸 서지의 흰 연꽃 정취 - 이인상 <서지백련> 2021.06.07
흰 연꽃의 순백미와 우아함을 살리려고 했으려나, 먹을 다소 아꼈다 싶은 그림이 있다.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두 송이의 흰 연꽃과 큼지막한 연잎을 좀더 또렷하게 보고 싶지만 엷은 막으로 가려진 것처럼 뿌연 것이 또 나름의 매력인 것도 같다.연꽃은 진흙 뻘에 뿌리를 묻고 자란다. 뻘이 있는 물이 혼탁하고 시...
한국화의 대안을 찾고자 했던, 청강의 새우 그림 - 김영기 〈월상월하쟁쟁진진〉 2021.05.11
청강(晴江) 김영기(金永基,1911-2003), 〈월상월하쟁쟁진진月上月下爭爭進進〉, 종이에 수묵담채, 75x75cm, 개인전통 회화의 맥을 이어갔던 청강 김영기의 수묵화 중에 새우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는 그가 치바이스(齐白石, 1864-1957)의 영향을 받았음이 잘 드러난다. 새우는 ...
맑고 뚜렷한 담채의 복숭아 그림 - 김용진 <천도> 2021.04.19
작년 여름, 고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한 미술품경매에 등장했던 복숭아 그림. 종이에 먹과 상큼한 색채의 담채로 20세기 중반에 제작된 전통 화훼 그림이며, 수묵 중심의 그림에서도 맑고 뚜렷한 색채가 돋보인다.그림을 그린 김용진(1878-1968)은 세도가 안동 김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영의정을 ...
나른한 오후에 찾아든 용꿈 - 김두량 <고사몽룡도> 2021.04.07
꿈 중에서 가장 좋은 꿈은 무슨 꿈일까? 돼지꿈도 좋지만 용꿈이 소원성취 대운이 들어오는 꿈이라고 한다. 특히 용이 승천하는 꿈은 유명한 사람이 될 아이가 태어나게 되는 태몽이라고.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고적도보』 14권 ‘조선시대 회화’ 편을 보면 영조의 총애를 받던 화원 김두량이 그렸던...
백로가 날아든 버드나무 <청자상감유로매죽편병> 2021.04.05
세상에 예쁜 빛깔들이 많지만 봄이 되어 나뭇가지로 번지는 연한 녹색의 상큼함은 기다린 사람을 만난 것처럼 설레게 하는 색깔이다. 촉촉히 연녹색이 번지는 요즈음의 버드나무는 일년 중 가장 빛난다.납작한 청자 편병에 상감으로 무늬를 새겨 넣은 고려 후반의 도자에서 중심 문양이 된 버드나무를 찾아보았다.마름모...
이야기가 숨은 그림 - 황창배의 '숨은그림 찾기' 시리즈 2021.03.24
황창배, 무제, 1987.부분먹과 분채로 그린 자연 속에 뭔가 사연을 담은 인물들이 또렷하게, 혹은 흐릿하게 스며들어 있다.전시 서문에서 1986-1987 사이에 제작된 황창배의 ‘숨은그림 찾기’ 시리즈에 대해 평론가 박영택은 다음처럼 말하고 있다.“다분히 즉흥적이고 무목적적인, 초현실적인 그리기를 통해...
조정의 사특한 마음을 먹고 사는 해태 2021.03.19
전국시대 제나라 선왕宣王이 숙맥선생 애자艾子에게 물었다."옛날에 해태란 짐승이 있었다던데 그것이 어떤 짐승인가?"애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요순시대의 신수神獸이온데 조정 안에 살면서 신하들 가운데 사악한 행위를 하거나 사특한 마음을 먹은 자가 있으면 대어들어 잡아먹어 버린답니다. 지금 세상에 그 짐승이...
매화나무 위에서 졸고 있는 새 - 조지운 <매상숙조도> 2021.03.18
전염병이 돌든 황사가 오든, 시베리아 기단이 다시 확장되든, 날은 길어지고 매화는 피고, 낮에 졸음은 쏟아집니다. 아침에 나무에 앉은 새와 눈을 마주쳐, 새그림으로 유명한 조속, 조지운 부자의 숙조도 그림 중에 조지운(1637-?)의 그림 <매상숙조도>를 골랐습니다. 화조화로 유...
정상화의 푸른 균열 2021.03.17
이번 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걸어서 10분 이내 강남 세 곳의 대형 전시장에서 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박서보, 김창열, 이강소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16일에 오픈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의 <공명> 전, 17일(수)의 케이옥션 메이저 경매 프리뷰, 23일(화)에 열...
어약영일과 용문점액. 그 사이의 어딘가 - 심사정 <어약영일> 2020.12.30
심사정 <어약영일> 종이에 담채, 129×57.6㎝, 1767년, 간송미술관‘어약영일魚躍迎日’, 즉 물고기가 뛰어올라 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조선후기 문인화풍의 대가인 현재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환갑이 되던 해인 1767년에 지인을 위해 그려준 그림이다.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