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과 크기로 다른 꽃들을 압도하는 모란. 모란이 예로부터 그림으로도 무늬로도 많이 쓰였던 것은 그 화려함과 당당함이 풍요로움과 영화로 우리 삶에 들어오길 바랐던 사람들의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화려함을 검은 먹빛으로만 표현한 것이 묵모란 그림이다.
허련 <묵모란>(8폭 화첩 중), 종이에 먹, 26x4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치 허련(1809-1892)은 소시적 윤선도의 고택인 녹우당에서 윤두서 등 그 집안이 모은 그림과 고씨화보 등을 보고 익혔고, 초의선사의 소개로 추사 김정희라는 대스승을 만나 그 문하에서 그림을 공부했던 화가다. 소치 허련의 그림은 워낙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산수, 인물, 사군자, 모란, 연꽃, 괴석 등 그 분야도 다양해서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일이 오히려 적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의 그림 중 먹으로만 그림 모란 그림 8점을 묶은 화첩이 동원 선생 소장품이었다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었는데, 현재(2021년 8월) 국립고궁박물관의 모란 특별전 전시실에 펼쳐져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모란> 전시장의 소치 묵모란 화첩
소치는 나이 들어 묵모란에 전념했다. 그가 남긴 많은 모란 그림 중 이 묵모란첩이 백미로 꼽힌다. 1973년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미술이천년전>에서 처음 공개되고, 이후 1987년의 <한국근대회화백년>전(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공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