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캐릭터로 만든 일본 올림픽 마스코트 미라이토와 소메이티를 보자니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두 번의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수호랑 반다비가 떠오릅니다. 귀여운 호돌이와 수호랑이가 큰 사랑을 받았던 데 비해 이번의 캐릭터는 그만큼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호랑이를 쓰지 않았다면 일본도 호랑이 마스코트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 사람들은 호랑이를 좋아합니다.
일본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비함과 매력이 더한 것인지, 많은 호랑이 그림들이 일본에 전하고 있습니다.
간쿠《호랑이에 파도虎に波図》 병풍, 1823년, 164.5×272.7cm, 종이에 먹, 도쿄국립박물관
일본 에도시대 화가 중에 간쿠(岸駒)라는 이의 대표작이 <호랑이에 파도> 병풍입니다. 간쿠는 중국 상인에게서 호랑이의 두개골을 구해 그 가죽을 씌워서 여러 각도에서 사생하고 호랑이의 네발 관절 구조도 관찰했다고 합니다. 호랑이의 실물을 볼 수 없는 일본에서 사실적으로 호랑이를 그려냈던 데에는 그러한 집착적 노력이 있었습니다. 파도의 역동적 형태가 호랑이의 에너지를 더욱 끌어올립니다.
이 병풍은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새해 기획전인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韓國․日本․中國> 전을 위해 한국에 나들이 온 적이 있습니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장면
* 간쿠岸駒 1749~1838 : 에도 후기의 화가. 가가(加賀) 출신. 기시 화파(岸派)의 시조. 간은 성이고 쿠는 이름으로 岸矩로도 쓴다. 본명은 사하쿠 마사아키(佐伯昌明). 호는 가요(華陽), 규소(鳩?), 덴가이오(天開翁), 도고간(同功館), 가칸도(可観堂), 고토도(虎頭堂) 등을 썼다.
1780년 교토로 올라와 아리스가와노미야(有栖川宮)를 모시며 우타노스케 간쿠(雅樂介岸駒)라는 이름을 썼다. 1809년 마에다 나리나가(前田齊広)의 초청을 받아 가나자와로 옮겨갔다. 청대 화조화가인 심남빈(沈南蘋) 화풍의 화조화를 비롯해 산수화, 인물화를 모두 잘 그렸다. 화풍은 아들인 간타이(岸岱)와 제자 렌잔(連山)에게 계승돼 기시 화파를 형성하며 메이지시대 교토화단의 중심적 화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