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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화의 대안을 찾고자 했던, 청강의 새우 그림 - 김영기 〈월상월하쟁쟁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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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晴江) 김영기(金永基,1911-2003), 〈월상월하쟁쟁진진月上月下爭爭進進〉, 종이에 수묵담채, 75x75cm, 개인 


전통 회화의 맥을 이어갔던 청강 김영기의 수묵화 중에 새우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는 그가 치바이스(齐白石, 1864-1957)의 영향을 받았음이 잘 드러난다. 새우는 치바이스가 가장 즐겨 그렸던 주제 중 하나이기도 했다. 청강은 작은 과일이나 화조 그림도 많이 남겼으며 아버지의 업적을 계승하고자 노력한 듯한 실경 산수화나 사군자, 새로운 색을 앞세운 군청산수 등을 발전시키며 화업을 이었다. 

1932년, 청강의 나이 스물 둘에 그의 아버지인 해강 김규진은 아들을 중국으로 보냈다. 화가의 꿈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던 시기였다(동경미술학교가 1929년 조선, 대만 유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을 폐지해 조선의 유학생들이 다른 일본의 사립학교를 찾는 때이기는 했다). 베이징 보인대학(北京 辅仁大学)으로 유학 보내면서 해강은 치바이스에게 아들을 부탁하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김영기 초기 작품은 그래서 강하고 활달하면서 개성적인 치바이스의 필치가 많이 보인다.

청강 김영기는 1950년대 이후 활발히 활동하며 ‘동양화’로 불리던 전통 회화를 ‘한국화’로 부르자고 주장하는 운동을 펼쳤고,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를 비롯, 전통 회화 교육에 평생을 보낸 교육자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사람들은 당연히 ‘민족의 미술’에서 ‘일본의 그림자’를 없애고 싶어 했다. 전통을 복구하면서 현대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데에 치바이스를 주목하게 되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여기에는 김영기, 이응노 등이 한 몫을 했다. 김영기는 「동양의 문인화예술론」 등 다양한 글을 발표하며 ‘재래 문인화의 사의성’을 현대 회화로 주체화 한 것이 ‘신문인화’이며, 이것은 현대 서양미술(모더니즘)에서 야수파의 표현 양식을 주관으로 발전시킨 것에 비유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도 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치바이스가 문인화를 현대화시킨 대가이고, 그의 대담한 구도, 표현적인 필선, 설채 등이 한국화가 추구해야 할 과제 달성에 꼭 섭취해야 할 영양소라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새우와 물고기들이 달빛 비치는 수면 아래서 무리를 지어 서로 앞 다투어 전진하는 그림이다. 여기에서 그는 전통의 매체와 언어를 사용하면서 치바이스가 보여주었던 새로운 구도나 기법을 적용해 현대 한국화의 대안적 화풍을 보여주려고 했다.

메이저 경매 시장에서 청강의 그림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2017년 9월 한 고미술 경매에서 새우와 달이 그려진 그림 한 점이 15만원에 낙찰됐다.


김영기 <새우> 종이에 수묵담채, 44.5x33cm (화봉현장경매)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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