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에서 만난 두 마리의 학 <지곡송학도> 2020.05.20
조선 초기 사대부였던 문인이 그린 채색의 그림 한 점이 전해진다. 지곡(영지버섯계곡)에 소나무와 학이 있는 그림 <지곡송학도>가 그려진 1434년은 세종 16년 갑인년으로 훈민정음을 찍은 갑인자가 만들어지고 앙부일구가 종로에 설치된 해다.그림에 수록된 제화글의 내용에 의하면 세종 16년(143...
시험을 잘 보게 해주는 <괴성>, 악한 것을 벌하는 <뇌공> 2020.05.06
좌) 김덕성 <괴성> 종이에 채색, 33.0x23.4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1637)우) 김덕성 <뇌공> 종이에 채색, 113.6x58.2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2272)근육질 남자 몸매의 두 그림이다. 18세기 조선시대의 그림인데 그라데이션으로 면을 칠하는 신식 음영법으...
비파행 이야기를 담은 <심양송객> 2020.04.15
이 그림이 실려 있는 보물 1430호 화첩 『만고기관첩』은 정조의 도장인 홍재(弘齋)와 중광지장(重光之章)이 찍혀 있다. 그러나 정조 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림 좌우편에 작은 글씨로 각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모두 17세기말~18세기 초 숙종 무렵 활약했던 화원들의 이름이어서, 화...
조선통신사 수행화원이 그린 세이켄지 2020.04.08
이 그림은 18세기에 활동한 도화서 화원 이성린(李聖麟, 1718~1777)이 1748년 10차 무진년 통신사행에서 부산 출발, 에도에 이르기까지의 전 여정을 총 30폭에 담은 두루마리 그림 ≪사로승구도권槎路勝區圖卷≫에 들어 있는 그림 중 하나이다. 오사카와 도쿄 사이, 시즈오카 시에 있는 세이켄지(淸見...
꽃과 새, 동물 그림으로 집안에서 봄맞이 - 장승업의 10폭 병풍 2020.03.25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사실 이 구절은 "이 땅에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싯구에서 온 말이다. 절세미녀 왕소군을 오랑캐에게 빼앗긴 한족 남자들의 분함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꽃이 여기저기 피었어도 시절이 흉흉하고 꽃을 보러 나가기도 어려운 때라 봄 같지 않은...
클리블랜드의 한국미술 소장품 <한림제설도寒林霽雪圖> 2020.03.18
이 그림은 어떤 일본 사람이 가지고 있다가 동양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1980년에 구입해 현재까지 그곳에 소중히 모셔지고 있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현재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미국 내의 미술관으로, 그간 중국과 일본의 고미술이 많은 수를 차지하다가 동아...
고운 선과 우아한 채색의 청록산수 2020.03.11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는 산을 녹청색으로 채색한 공필의 청록산수 두루마리 그림이 한 점 있다. 가로 127cm, 세로 27.9cm의 비단에 알차게 그려진 산수도로, 수묵으로 그려진 산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정순명 <산수도> 비단에 채색, 27.9x127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3245...
선비의 발을 멈춰 세운 빨래터 처자 - 신윤복 <계변가화> 2020.03.04
신윤복의 풍속화 중에가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단오날 그네를 타거나 냇가에서 몸을 씻는 여인들과 바위 뒤에 숨어 그들을 훔쳐보는 머리를 박박 깎은 동자승의 모습이 담긴 <단오풍정>일 것 같다. 이 그림이 들어있는 《혜원전신첩》에 냇가의 모습이 그려진 재미있는 그림을 하나 더 골라본다. <...
눈 쌓인 들판을 나귀 타고 가는 선비 2020.02.18
눈이 오면 새벽녘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즐기기 위해 단단히 입고 조용히 현관을 나서는 사람들이 있으며, 아이들과 강아지마냥 뛰노는 사람들이 있고, 따뜻하고 편안한 방에 앉아 소복히 쌓이는 눈구경을 하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있다.옛날 선비들도 오는 눈은 감상하더라도 방구들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는 타입이 많...
청화백자 속의 박쥐, 장과로와 함께 다니는 박쥐 2020.02.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인류에게 전파하여 어마어마한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박쥐. 박쥐는 특유의 종다양성과 면역력으로 새로운 바이러스를 다수 보유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바이러스의 창궐은 박쥐 때문이 아니라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들의 생체를 가지고 이런저런 일들을 벌인...
뒷다리를 들고 나쁜 것들은 뻥 날려 차 주게 2020.01.21
새해가 되면 설빔(歲庇蔭)을 입고 떡국 등의 세찬(歲饌)을 먹고 세배(歲拜)를 드린다. 이런 세시풍속 중 하나로 새해에 나쁜 액은 못 오게 막고 좋은 운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세화(歲畫)를 그려 붙이기도 한다.원래 세화는 궁중에서 임금이 하사하는 것이어서 화원들의 큰 일거리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고 사대...
김득신의 순간포착 <반상도> 2020.01.15
나귀를 탄 양반이 두 명의 하인을 이끌고 길을 가는 중인데, 길을 가다 마주쳤는지 부부인 듯한 평민 남녀가 바닥에 절을 할 듯한 포즈로 예를 갖추는 순간이다. 나귀를 끄는 하인과 짐꾼까지 대동한 양반은 무심한 얼굴인데, 패랭이를 쓴 남자는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부탁이 있는 것인지 이미 90도를 넘어 허리...
신씨와 김씨, 두 여인이 그린 수박과 쥐 2020.01.08
1936년은 병자년, 쥐띠해였다. 그해 1월 10일 한 일간지에는 쥐띠 해를 맞아 쥐 그림을 한 점 소개했다.동아일보 1936년 1월 10일자 5면, 서화 ‘병자(丙子)와 명화’김씨(金氏)-강인환지모(姜寅煥之母) 필(筆) 영조시대여류화가 전형필 씨 소장조선 영조시대에 살았던 김씨 여인의 초충도로, 현재 ...
추운 겨울을 버틴 참새와 진달래 2019.12.31
생각보다 따뜻한 겨울에 방심한 정신나간 개나리가 눈을 틔우려는 것을 목격하자마자 한파가 찾아왔다. 겨울이 쨍하니 추워야 농사가 잘 된다고 하지만, 추운 겨울은 즐기기보다는 버티는 것에 가깝다.도화서 화원이었던 시산 유운홍(詩山 劉運弘,1797(정조21)-1859(철종10))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낸 참...
물결을 바라보는 두 마리의 학 <창파학명> 2019.12.11
한해가 어느새 또 저물어가고 있다 보니 정신없었던 시간들을 정리하러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제대로 된 일출이나 일몰은 보지 못하더라도 그저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잔잔한 물결을 보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청소하고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인문 <창파학명(滄波鶴鳴 찬 물결에 학이 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