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은 병자년, 쥐띠해였다. 그해 1월 10일 한 일간지에는 쥐띠 해를 맞아 쥐 그림을 한 점 소개했다.
동아일보 1936년 1월 10일자 5면, 서화 ‘병자(丙子)와 명화’
김씨(金氏)-강인환지모(姜寅煥之母) 필(筆) 영조시대여류화가 전형필 씨 소장
조선 영조시대에 살았던 김씨 여인의 초충도로, 현재 간송미술관 소장의 근역화휘 화첩 안에 들어 있다. 이 김씨 여인은 누구일까. 오세창이 편찬한 서화가 인명사전 ‘근역서화징’ 안에 김씨에 대한 소개가 포함되어 있다.
‘본관이 경주, 강희맹의 10대 손부이며 강인환의 어머니. 영조 49년(1773년) 6월에 어머니 월성 김씨가 그 아들 인환에게 그려주었다. 본래 그림에 뛰어났으나 부녀자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하고 절대로 그리지 않았다.’
조선 초기 세조의 총애를 받았던 문신 강희맹(1424-1483)의 10대 손자며느리였던 이 사람은 이름이 전해지지 않고 ‘인환이 엄마’로만 남았다. ‘근역서화징’ 안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서화가 1117명이 실려 있는데 이 책에 수록된 여성은 단 10명이다. 기생 두 명과 첩 1명은 이름이 써 있고 나머지 7명은 성으로만 표기되어 있다.
이 그림은 그림의 소재도 그렇고 화풍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신사임당 초충도 병풍 중의 수박과 도둑쥐 장면을 닮았다. 당대에는 이 김씨 부인이 신사임당을 이어 초충도나 묵포도 그림에 능했던 인물로 어느 정도 유명했던 모양이다. 서과투서라고 하여 수박을 훔쳐먹는 들쥐를 그렸는데, 상당히 사실적인 표현이 인상적이다. 몰골로 대담하게 그려낸 수박과 넝쿨은 그저 규방에서 취미삼아 그리던 솜씨라고 하기 어렵다. 다만 구도나 표현 일부에서는 장식적 초충도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소박한 기품은 규방에서 전승되던 초충도 자체의 양식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김씨, 서과투서(수박과 도둑쥐), 간송미술관
사임당 신씨, 초충도 병풍 중 2폭, 종이에 채색, 34x28.3cm,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