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줄기 사이로 고개 내민 매화 <청자 상감 매죽학문 매병> 2017.03.29
세상 돌아가는 것과 상관없이 봄은 오고, 여기저기 봄꽃 소식으로 가득합니다.청자 매병 중에 2년전 한 미술품 경매에 등장했던 매화와 대나무 사이에 학이 노니는 운치 있는 풍경을 새겨 넣은 것이 있습니다.추정가는 7억 5천만원에서 12억원으로 매겨졌었으나 낙찰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청자 상감 매죽학문...
강인한 발톱으로 움켜쥐고 매섭게 노려보다 2017.03.21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매 그림입니다.그림의 왼쪽 가운데 부분에는 ′무자하방사임량(戊子夏倣寫林良)′이라 쓰여 있습니다. 무자(戊子)년, 그러니까 심사정이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1768년 여름(夏), 중국 명나라 화가 임량林良의 작품을 모방하여 그린 그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임량 <...
사라진 국보 - 안평대군 <소원화개첩> 2017.02.28
도원의 꿈을 꾸고 안견으로 하여금 몽유도원도를 그리도록 한,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이용(1418∼1453)의 글씨입니다. 안평대군은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시, 글씨, 그림을 모두 잘했는데 특히 글씨에 능하였습니다. 그러나젊은 나이에 형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죽어서는 글씨마저 태워지고...
공기놀이와 바람개비 2017.02.09
다양한 놀잇감이 있는 시절이지만 요즘 아이들도 색색들이 예쁜 공기놀잇돌을 가지고 놀더군요. 저 어렸을 때 공기놀이는 여자아이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은 남자아이들도 잘 한다고 합니다. 더 옛날 아이들은 닥치는 대로 놀이란 놀이는 다 했을 것 같긴 합니다.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언덕에 세 소년이 있습니다. 둘...
쌓인 눈 온 산을 덮고, 강이 얼어 물을 가로막으나 2017.02.01
쌓인 눈 온 산을 덮고, 강이 얼어 물을 가로막으나 손가락 끝에 봄바람 느껴지니, 이에 하늘의 뜻을 알겠다. 積雪滿山 江氷闌干 指下春風 乃見天心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날, 혹 손끝에 춘풍이 느껴지는가 싶어 손을 쏘옥 내밀어봅니다.추사 김정희의 성품을 보여주는 듯한 강인한 묵란 한 점입니다.추사는 묵...
하루 하루 봄을 기다리는 마음 2017.01.25
1853년 철종 4년 역관 김석준이 추사 김정희, 이재 권돈인, 석련 이공우 등을 모시고 사찰에 들렀을 때 이공우가 매화를 그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추사와 이재가 석련의 그림을 매우 칭찬했던 일화를 말년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나부산의 천만 그루 나무가, 한 폭의 향기로 변했구나매화 그림자 비끼고...
내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는 자를 수 없다 <최익현 초상> 2017.01.10
"내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는 자를 수 없다"110년 전, 구한말의 독립운동가이자 의병장이었던 면암 최익현(勉菴 崔益鉉, 1833-1906)의 단호한 외침입니다. 그는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5적의 처단을 외치며 의병을 일으켜 항일운동의 선봉에 섰다가 후에 대한제국군과의 대립에 이르르자 '동족간...
정유년 새해 인사 올립니다 -변상벽 <닭> 2017.01.02
여러 가지로 닭의 위상이 말이 아닌 때에, 마침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닭은 다른 이들이 어두움 속에 잠들어 있을 때 새벽이 밝아옴을 알리는 역할 때문에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온갖 잡것들이 사라지고 또 하나의 희망의 빛을 불러오기를 기원합니다.영모화 특히 고양이를 잘 그렸던 변상벽의 닭그림을 ...
겨울의 파티는 역시 매화음 <가헌관매> 2016.12.23
<포동춘지> <귤헌납량> <챙정추상> 이 함께 들어 있는 넉 점짜리 화첩에 속한 끝폭의 그림입니다.네 작품이 각각 사계절을 배경으로 계절을 음미하는 선비들의 생활을 보여주는데, 폭마다 작품 제목과 오언제시가 적혀 있습니다.일본에 유출된 그림이었으나 국내 개인 소장가 수중으...
MET에서 만나는 고려 상감청자 피리 2016.12.07
현재 전시가 진행중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한국미술의 화려함Splendors of Korean Art>전(2016.10.01 ~ 2017.09.17)에서 선보이고 있는상감청자로 만들어진 피리입니다.청자로 만든 피리는 극히 드문데, 부는 용도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장식적인 대상으로 사용된 것으로...
세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삼추가연三秋佳緣> 2016.11.23
간송미술관 소장의 《혜원전신첩》 중에 <삼추가연(三秋佳緣)>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나이 든 여자 한 사람과 젊은 남자, 그리고 길게 머리를 딴 처녀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노파가 술잔을 남자에게 바치면서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처녀에게 뭔가 귀띔을 합니다. 상의 탈의한 남자는 벗었던 바지를 ...
그림이란 기분을 그린 것뿐, 보는 것도 마찬가지 <강남춘의도> 2016.10.05
김광국 <강남춘의도> 1796년, 종이에 담채, 43.3x29.5cm,국립중앙박물관조선 문화의 르네상스라는 18세기가 되면 그림 감상이 크게 유행합니다. 문인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그림 좀 볼 줄 아는 게 교양인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그래서 이때가 되면 왕족 이외의 대수장가도 나오게 됩니다.대...
푸르고 맑은 하늘 대신 짙고 선명한 남산 2016.09.28
파아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 떠있는 맑디맑은 가을날입니다. 이렇게 하늘이 높다랗게 머리 위를 뒤덮는 날이면 길을 가다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멋쩍지만 아이들처럼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대개 이런 날에는 그 청명함 때문인지 몰라도 멀리 있는 집이나 산이 성큼 다가온 것처럼 ...
온동네 개들이 다 짖어 밖에 나와 보니 -<출문간월도> 2016.09.1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요즘 부쩍 멋쩍어졌습니다. 사시사철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풍성하고 풍요롭다는 팔월 추석의 면모가 무색해진 때문입니다. 먹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달구경도 그런 형편입니다. 사방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에 사는 탓에 ‘동산에 두둥실 떠오르는 ...
그리움과 기다림 <잠자리와 들국화> 2016.09.08
가을은 온갖 국화과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계절입니다.여기 이 그림에도 보랏빛을 띠는 들국화가 잠자리와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요렇게 구철초처럼 생긴 보라색 꽃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꽃이 있습니다. 쑥부쟁이와 벌개미취가 그것인데, 둘 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쑥부쟁이는 여름부터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