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
작자/ 김득신(金得臣 1754-1822)
연도/ 미상
크기/ 25.3x22.8cm
소재/ 종이에 담채
소장/ 개인(『한국의 미-산수화 하』수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요즘 부쩍 멋쩍어졌습니다. 사시사철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풍성하고 풍요롭다는 팔월 추석의 면모가 무색해진 때문입니다.
먹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달구경도 그런 형편입니다. 사방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에 사는 탓에 ‘동산에 두둥실 떠오르는 달’이란 어느 옛날 옛적의 이야기처럼 돼버렸습니다.
옛 그림에는 달구경하는 문인을 그린 것이 더러 있습니다. 대개 당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 일화를 그린 것입니다. 그는 관직에 연연하지 않고 녹문산(鹿門山)에 들어가 달이나 보며 유유자적하게 지냈는데 이것이 관월도(觀月圖) 그림으로 굳어졌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달은 그림 속 보조 장치에 불과합니다. 그런 가운데 풍속화의 명수 김득신의 그림에 드물게 달을 보고 짖는 개를 그린 것이 있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밤에 개가 달을 보고 짖고 있습니다. 주인도 덩달아 나오는 눈치입니다. 큰 달을 반쯤 가린 푸르고 넓적한 오동나무 잎사귀가 어딘가 더위가 가시지 않은 요즘 같은 절기를 연상시킵니다.
화제를 보면 ‘개 한마리가 짖자 다른 개도 따라 짖고 이어 온 동네 개가 다 짖어 밖에 나와 보니 달이 오동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는 운치 있는 사정을 그린 그림입니다.
예전에 중국 촉 땅은 줄창 비가 와서 어느 날 해라도 뜨면 개가 이를 이상하게 여겨 짖었다고 합니다. 자칫하면 요즘 사람들도 이런 비유거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잠시 걱정이 됩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