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렸을 때 공기놀이는 여자아이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은 남자아이들도 잘 한다고 합니다. 더 옛날 아이들은 닥치는 대로 놀이란 놀이는 다 했을 것 같긴 합니다.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언덕에 세 소년이 있습니다. 둘은 철푸덕 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있고, 이 게임을 지켜보는 다른 또 한 소년의 손에는 바람개비가 들려 있습니다.
한 뼘 남짓한 이 소품은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의 큰아들인 윤덕희(尹德熙, 1685-1766)가 그린 풍속화입니다.
표정의 생동감이나 현장감이 좀더 있었으면 더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주변의 식물들이나 구도 필치 등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윤덕희 <공기놀이> 비단에 먹, 21.8x17.6cm, 국립중앙박물관
윤덕희는 80 넘게 장수하면서 많은 그림을 남겼지만, 아버지 윤두서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행장을 쓰고 윤두서 화첩인 《해남윤씨가전고화첩(海南尹氏家傳古畫帖)》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빼어난 그림 솜씨를 보였던 윤덕희의 아들 윤용(尹愹, 1708-1740)은 서른 셋에 요절합니다. 윤덕희는 아들이 죽고 나서 이십여 년을 더 산 셈입니다. 의무와 책임을 다 했던 장남으로서의 윤덕희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