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金正喜 1786~1856) <적설만산(積雪滿山, 쌓인 눈 산 덮다)>《난맹첩(蘭盟帖)》 종이에 수묵, 22.9×27.0cm, 간송미술관 소장
손가락 끝에 봄바람 느껴지니, 이에 하늘의 뜻을 알겠다.
積雪滿山 江氷闌干 指下春風 乃見天心
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날, 혹 손끝에 춘풍이 느껴지는가 싶어 손을 쏘옥 내밀어봅니다.
추사 김정희의 성품을 보여주는 듯한 강인한 묵란 한 점입니다.
추사는 묵란이 가장 어려운 그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난을 치는 것이 가장 어려우니, 산수, 매죽, 화훼, 금어는 옛날부터 잘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홀로 난 치는 데 있어서는 특별히 들리는 소리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난을 그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겼을까요.
"난을 치는 법은 예서 쓰는 법과 가까우니, 반드시 문자향과 서권기가 있은 연후에야 얻을 수 있다. 또 난을 치는 법은 화법을 가장 꺼리니 만약 한 붓질이라도 화법이 있다면, 그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림그리는 테크닉을 피하고, 글씨를 쓰듯 특히 예서를 쓰듯 해야 한다는 말에는 난을 칠 때 조형성에 치우치기 쉬운 마음을 다잡게 하기 위한 마음이 있었으려니 해석해 봅니다.